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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타고르의 시

by 장돌뱅이. 2013. 6. 18.



타고르의 연작시로 유명한,
그래서 그에게 1913년 노벨문학상을 안긴
기탄잘리는 “신에게 바치는 송가(頌歌)” 라고 한다.

신, 영원, 죽음.
사실 일상에 허덕이며 가볍게 사는 내게는
너무 어려운 주제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만해 한용운의 시가 그렇듯
기탄잘리를 포함한 타고르의 시 몇 편도
순수한 사랑을 위한 연가로 생각하며 읽어보기로 했다.

신이란 결국,
끝없는 사랑의 다른 말일 터이니
그래서 생기는 오역쯤이야...


  기탄잘리1
   당신은 나를 무한케 하셨으니 그것은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연약한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우시고 끊임없이 이 그릇을 싱싱한 생명으로 채우십니다.
   
이 가냘픈 갈대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넘어 지니고 다니셨고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십니다.
   당신 손길의 끝없는 토닥거림에 내 가냘픈 가슴은 한없는 즐거움에 젖고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발합니다.
  
당신의 무궁한 선물은 이처럼 작은 내 손으로만 옵니다. 세월은 흐르고 당신은
  여전히 채우시고 그러나 여전히 채울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기탄잘리 16
  
나는 이 세계의 축제에 초대 받았고 그래서 내 생명은 축복 받았습니다. 내 눈은
  보았고 내 귀는 들었습니다.
   이 향연에서 내 맡은 일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었고 또 나는 내 힘껏 연주했습니다.
   이제 보십시오. 내가 들어가서 당신의 얼굴을 보고 당신에게 침묵의 인사를 드릴 때가
  오지 않습니까?


  정원사28
   질문을 하는 듯한 당신의 눈은 슬픕니다. 그 눈은 달빛이 바다 깊이를 재듯 내 뜻을
  알고자 합니다.
   나는 당신 눈앞에 서면 감추는 것도 뒤로 돌리는 것도 없이 끝에서 끝으로 내 생명
  을 발가벗깁니다. 당신이 나를 모르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그것이 한낱 보석이라면 백 조각으로 부숴뜨려 당신 목에 달아줄 목걸이로 꿰어드릴
  수 있을 것을.
   그것이 둥글고 작고 향기로운 한낱 꽃이라면 가지에서 꺾어 당신 머리칼에 꽂을
  수 있을 것을.
   그러나 그것은 가슴입니다, 나의 사랑이여. 그 기슭은 어디며 바닥은 어디입니까?
   당신은 이 왕국의 끝을 모르지만 당신은 이 왕국의 여왕입니다.
   그것이 한낱 순간의 쾌락이라면 그것은 손쉬운 미소처럼 꽃을 피우고 당신은 한 
  순간 그것을 보고 읽을 수 있을 것을.
   그것이 오직 고통이라면 그것은 맑은 눈물로 녹아 한마디 말도 없이 가장 깊은 비밀
  을 비춰 보일 것을.
   그러나 그것은 사랑입니다, 나의 사랑이여.
  
그것의 쾌락과 고통은 한이 없고 그것의 욕망과 재산은 끝이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생명만큼 당신에게 가깝지만 당신은 그것을 결코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바닷가에서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한없는 하늘이 머리 위에 멈춰 있고 쉼 없는 물결은 사납습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소리치며 춤추며 모입니다.

   그들은 모래로 집 짓고 빈 조개껍질로 놀이를 합니다. 가랑잎으로 그들은 배를  만들고 웃음 웃으며
   이 배를 넓은 바다로 띄워 보냅니다. 아이들은 세계의 바닷 가에서 놀이를 합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 모르고 그물 던질 줄도 모릅니다. 진주잡이는 진주 찾아 뛰어 들고 장사꾼은
   배를 타고 항해하지만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다시 흩뜨립니다. 그들은 숨은 보물을 찾지도
   않고 그물 던질 줄도 알지 못합니다.

   바다는 웃음소리를 내며 밀려오고 해안의 미소는 하얀 빛을 냅니다. 죽음을 흥정 하는 물결은
   아가의 요람을 흔들 때의 어머니처럼 아이들에게 뜻 없는 노래를 불러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놀고 해안의 미소는 하얀 빛을 냅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폭풍은 길 없는 하늘에서 울부짖고 배들은 자취
   없는 물살에서 파선하고 죽음은 널려 있고 그리고 아이들은 놀이합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
   가에 아이들의 위대한 모임이 있습니다.

(2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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