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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인도로 간 또또』

by 장돌뱅이. 2013. 6. 14.


태어난 곳이 고향이라면

한국에 살 때 나의 고향은 서울이 되지만,
생활의 중심을 미국에 두게 되자
고향은 좀 더 큰 단위인 한국이라는 공간으로 확장이 되었다.
공상과학 영화처럼 아득한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시기가 온다면
나의 고향은 더 크게 지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향이라는 단어에서
무언가 가슴 한 쪽이 포근하고 아련해짐을 느낀다면
그럴 때 고향은 앞선 공간의 개념에 시간적인 개념이 더해지고
거기에 어떤 순수한 정서적인 개념까지 보태진 탓일 것이다.

혼탁한 세월과 망각의 저 건너편에 존재하는
깨끗함과 투명함과 맑음으로 가득 찬 시원(始原)으로서의 시공간, 고향.

동화 속 세상은 그런 고향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읽을거리를 챙기다가
딸아이가 어릴 적 읽던 동화책 몇 권에 손이 닿았다.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도 산타클로스가 실재한다고 믿지 않듯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실재 인물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우리 두뇌가
  
생각하는 것과 마음이 느끼는 것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이야기가 한갓 전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마음이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덕희의 글 중에서 -

화가가 되려는 꿈을 실천하기 위해 인도로 떠나는 엄마를 따라온
또또라는 개구쟁이 소년이 낯선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며
아름답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린 강석경의 동화이다.

동화 속에서 인도는 새로운 세상의 상징일뿐
사실 자라나는 어린 아이에게 세상은 그 어느 곳이건
호기심과 신비함으로 가득 찬 ‘새로움’일 것이다. 
 

아래 인용하는 몇 구절을 읽은 것만으로도
『인도로 간 또또』를 읽은 기내에서의 시간은 복되었다. 

   “섬세하다는 것은 강가에서 주워 든 돌멩이에게도 이름을 붙여주는 마음이야.
   구멍난 조개 껍질을 보고 슬픔을 느끼는 가슴이지.”
 

   강으로 이어지는 돌 층계에도, 물 속에도 윗통을 벗은 남자와 사리를 입은
   여자들이 득시글거립니다. 사람들은 몇 번인가 머리를 물 밑에 잠그고 떠올라선
   두 손을 모아 중얼거립니다. 수백 명이 떼 지어 강물 속에서 기도하다니.
   (중략)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면 죄가 싯어지고 다음엔 보다 좋은 세상에 태어난다고
믿거든.”
   갠지스강은 세탁소인가 봅니다. 사천 년 전에 부처님도 이곳에 오셔서 사람들이 강물에
   몸을 씻는 것을 보셨다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세탁소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녹색 물도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 많은 죄들이 
씻어졌으니까요. 
   (중략) 
   “강물은 흐르면서 스스로를 맑게 해. 또 이곳에서 목욕하신 시바 신이 강을 지키실
거야.
   그러니 수천 명이 목욕해도 더럽다고 생각하지 마. 인도 사람들은 마시기도
하는걸.”

   인도엔 신도 많습니다. 또또가 아는 신만해도 깔리, 크리슈나, 락쉬미, 코끼리 얼굴의
   가네쉬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부모가 다르듯 종족마다 믿는 신도 다르다고 엄마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기 부모를 존중하듯 남의 신도 존중해야 한다고요.
   맞는 말입니다.
 

   강가에선 이미 한 구의 시체가 장작더미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꽃으로 덮인
  
들것을 강가에 놓자 두 사람은 장작을 쌓고 한 사람은 작은 병에 강물을 담아 왔습니다.
  
그리고 붉은 천을 벗겨 죽은 사람의 얼궁에다 강물을 부었습니다. 엄마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어요.
  
“고향인 갠지스로 돌아가라는 뜻인가 봐.” 

(2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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