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어렸을 적 어느 날
곰돌이 푸(POO) 모양으로 생긴
핸드폰 고리를 가지고 와서 내 핸드폰에 달아주었다.
“그런건 애들이나 달고 다니는 거지. 나이에 안어울리게 내가 어떻게... ”
나는 거부를 했지만 딸아이는 막무가내로 달고 다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딸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할 수 없이
노란 인형을 핸드폰 끝에 달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그것을 본 회사의 윗분이 어이 없다는 투로 한마디를 했다.
“아니 그게 뭐야? 애들처럼...”
나는 겸연쩍은 웃음으로 그 상황을 넘겼다.
“딸아이가 선물로 줘서요. 떼고 다니면 난리가 나거든요.”
5월에 한국에 갔다 출국을 하려는데
딸아이가 또 다시 핸드폰 고리라면서 액세서리를 가져왔다.
크기도 그리 작은 것이 아니었다.
“이젠 외국에서까지 아빠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하냐?”
딸아이는 자신이 직접 만들었고
“아빠껀 쵸코렛을 좋아하니까 쵸코렛 색깔로 쵸코미,
엄마껀 분홍색의 달코미” 라고 이름도 지어왔다고 밀어 붙였다.
"이름도 이쁘잖아!"
“야, 너도 이젠 회사생활을 하니깐 알겠지만 회사 윗사람이 만약에
이런 인형을 핸드폰에 달고 다니면 뭐라고 할래? 다 커서도 도대체 왜 그러니 너?"
나는 버텨보았지만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밀리고 말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미국에서 산 핸드폰에는 그런 것을 달만한 구멍이 없었다.
딸아이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 핸드폰에 그 인형을 달 수 없었다.
같은 기종을 산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딸아이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포기를 했다.
“할 수 없지. 그냥 가지고라도 가 그럼.”
미국으로 돌아온 지 한달이 지났다.
아내와 나는 그 인형을 안방의 달력 위에 걸어 놓았다.
달력을 볼 때나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자주 그 인형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핸드폰을 바꾸게 되면 저걸 매달 수 있는 걸로 사볼까?’
딸아이의 감기가 빨리 낫기를 기도하면서.
(2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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