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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사랑의 학교』 - E.데아미치스

by 장돌뱅이. 2013. 6. 18.



 

어렸을 적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세계문학전집에서
『쿠오레』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는데 제목은 기억에 남았다.
아마 다른 제목들이 『암굴왕』,『소공자』,『소공녀』처럼
한글 제목인데 비해 이 책만은 뜻을 알 길이 없는 외국어 제목이었기 때문인 것 같고
솔직히 제일 지겹게 읽었기 때문이다.

『쿠오레』가 ‘마음’이란 뜻의 이탈리어란 것을 이번에 같은 책의 완역판인
『사랑의 학교』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발음도 ‘꾸오레(CUORE)’로 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의 주인공 엔리꼬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겪는 다양한 일들이 글의 중심이다.
더불어 가정과 사회, 국가에 대한 교훈적인 내용이 강조되어 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꾸오레』는 내겐 어린 날의 기억과 다르지 않았다.
나의 정신 연령이 어릴 적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탓도 있겠고
이야기책이 너무 훈계조인 탓도 있다.
작가가 너무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감이 있다.
말하고자 하는 뜻을 이야기 속에 좀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가파른 뜻일수록 순한 문장에 담아야한다고들 하지 않던가.

일테면
다음과 같은 예문들의 교훈적인 가치가 훌륭한 것임에도
내게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톤으로
반복되는 '고귀한 설교'가 꼭 초등학교 시절 ‘애국조회’시간에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던 교장선생님의 지루한 훈화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잘 기억해 두어라, 엔리꼬. 거리에서 노인이나 불쌍한 사람, 아기를 업은 부인, 
   목발을 짚은 신체 장애자, 허리가 휘도록 짐을 진 남자, 상복을 잎은 가족 등을
   만날 때 마다 넌 공손히 그들에게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 우리는 노년과 가난과
   어머니의 사랑과 질병과 노동과 죽음을 존중해야 한단다.
  
 
 고귀함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벌어들이는 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일 속에 있고, 사회적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에 들어 있단다. 만약 최상의
  
가치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하는 일에 비해 그다지 많은 수입을 얻지 못하는 군인과
  
노동자의 몫이 될 거다. 

(2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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