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펠로우 LONGFELLOW.
고등학교 시절, 그의 이름을 처음 들으며
LONG? FELLOW?
'키가 큰 녀석'?
이름이 뭐 이래?
키가 무척 컸었나?
아니면 그의 부모가 키가 작아
자식만은 키가 크기를 바래서 지어준 이름인가 하는,
시험에 절대 나올 리 없는.
싱거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번에 읽은 그의 시 열여섯편.
그 속에 그려진 세상은
밝고 따뜻하고 깨끗하고 조화로웠다.
너무 완벽해서 실재하지 않는 환상같은.
축구에 비하자면
골문을 향한 부단한 시도와 모색의,
거친 숨소리와 땀으로 범벅된,
경기장을 달리는 선수의 축구가 아니라,
완벽한 팀웍으로 만들어내는
화려한 골모음만을 모은 편집방송 같은,
아니면
깔끔한 양복을 입고 화려한 작전을 편하게
풀어놓는 해설가의 축구 같은.
가끔씩 눈을 감고 그런 세상에
머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굳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글쎄...
그곳에 너무 오래 잠겨있다 보면
어쨌거나 온몸으로 부대끼며
살아내야 할 세상살이의 숨가쁨이
혹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참으로 영광스러이 이 해가 오고 또 가는구나!
밝은 하늘과 구름 없는 날들의 그 아름다운 전조(前兆)를
봄의 새싹들은 삶의 새로움을 즐기고
지상의 장식은 번져 나간다.
그리고 은빛 구름옷이 가을 태양
위로 내려오고, 엄숙한 기쁨 더불어
묵은 해가 빛나는 유산
황금색 과일들을 거둘 때
화려 우미(華麗優美) 충만한 찬란한 풍경
(중략)
농가 지붕에서
지저귀는 파랑새의 높은 노랫소리,
그리고 때로는 유쾌히 반복하는 손놀림으로
타작마당에서 들려오는 부지런한 도리깨질 소리.
오, 이 세계가
뜨거운 가슴으로 밝고 영광스런
하늘로 걸어나와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나날을 잘 지내는 자에게 주는 참된 영광이여!
- "가을" 부분 -
우거진 호두나무 아래
마을 대장간이 서 있다.
대장장이 그는 장사,
넓적하고 억센 손에
고동색 그의 팔뚝 근육은
쇠띠처럼 힘세다.
곱슬거리는 머리칼은 검고 길고
그의 얼굴은 참나무 껍질 같다.
이마는 정직한 땀으로 젖어 있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일로 돈을 벌고
온 세상에 대해 늠름하다,
아무에게도 그가 빚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주에서 이번 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의 풀무질 소리가 들려온다.
무거운 망치를 흔들며
알맞게 천천히 때리는 소리 들려온다.
저녁 해가 나지막히 떨어질 때
마을 종을 울리는 종지기처럼.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열린 문으로 들여다본다.
아이들은 좋아한다, 뻘건 화로 구경을,
풀무가 퍽퍽거리는 소리 듣기를,
타작 마당에 튀는 왕겨처럼
날아가는 불꽃잡기를.
그는 주일에 교회에 가서
자기 아들들과 함게 앉는다.
그는 목사님의 기도와 설교를 듣고
마을 합창단에 끼어 노래 부르는
자기 딸 목소리를 듣는다.
그것이 그의 가슴을 즐겁게 한다.
그것이 그에게 천국에서 노래 부르는
딸애의 엄마 목소리처럼 들린다.
그는 그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무덤 속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단단하고 거친 손으로
눈에서 눈물을 닦는다.
고역 - 기쁨 - 슬픔
그는 이렇게 삶을 보낸다.
아침마다 어떤 일이 시작되고
저녁마다 그 일이 끝난다.
시도된 일들, 해치운 일들이
밤의 휴식을 빌어준다.
- "마을 대장장이" 부분 -
(2008.10)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퍼옴) (0) | 2013.06.20 |
---|---|
"봐라,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퍼옴) (0) | 2013.06.20 |
샌디에고 아시아영화제2 - "OPEN CITY" (0) | 2013.06.20 |
샌디에고 아시아영화제1 - "나눔의집" (0) | 2013.06.20 |
『일하는 아이들』 (0) | 2013.06.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