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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퍼옴)

by 장돌뱅이. 2013. 6. 20.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녘에 꾼 꿈에 놀라 일어나

왠지 모르게 슬픈 기분이 밀려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무슨 요일인지 중요하지 않은 당신의 게으른 어느 일요일
모처럼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문득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며칠 동안 익숙했던 길이 오늘따라 낯설어보여 지도를 확인하게 되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고민해서 산 기념품을 들여다보며 A에게 줄까, B에게 줄까, C에게 줄까
고민하며 행복해하는 마음이 어쩌면 여행인지 모른다.

서랍을 정리하다 영수증 뭉치에 가려진 여권을 찾았을때의 설렘,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문득 통장의 잔고를 떠올리다가 동시에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집에 두고 온 선인장이 지금쯤 어떻게 되지는 않았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혼자 지내는 여유가 너무 싫지만 그래도 여유의 끝을 생각하는게 싫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그 시선으로부터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딴생각을 하다가 내려야할역을 지나쳐 다시 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으며
한번 웃게된다면, 어쩌면 그게 더 여행다운 여행인지 모른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을 보며 고향에서 본적이 있는
별과 달을 떠올리게 된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길을 걷다 마주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뒤돌아봤을때, 거기에
아무도 없어 아쉽고 서늘한 마음이 든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때문에 연회비를 내면서까지
그 카드를 사용하는 고집,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치약이 떨어졌다는 걸 알고 물로만 입을 헹구면서
'저녁에 들어오면서 치약을 사야지' 라는 마음이 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쩌면 여행인지 모른다.

붉게 물든 서쪽 하늘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만약 이글을 읽고 동감한다면,
당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꺼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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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읽고있는 여행기에
작가가 적어놓은 글인데 마음에 와닿아서 올려요 ^^

생각했던
혹은 생각지 못했던
생활의 많은부분에서
우리는 여행에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

아니,
삶은 기나긴 여행이라는 진부한 정의가
조금은 더 마음에 와닿는 느낌.

살면서
느끼든, 느끼지 못했든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달까요 ^^

두달 남짓 남은 2008년
그런 소소한 작은 의미에서
조금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것 같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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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보내온 글.
나는 아래 글을 답변으로 보냈다.

"이런 구본형의 글도 있지.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다.
달빛 그윽한 밤에 홀로 걷는 것이다.
어느 낯선 포구 신 새벽에
플라스틱 통 속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보는 것이다.
매화향기 그윽한 강가에서 술을 한잔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 벚꽃 잎들이 눈처럼 날리는 그 찰나에
그리움으로 터져 버리는 것이다.
여행은 다른 사람이 덮던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먹던 밥그릇과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온갖 사람들이 다녀간 낡은 여관방 벽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낡은 벽지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다른 사람을 자신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점점 더 책을 가까이 하는 네 모습이 보기 좋다.
너무 오랫동안 월궈먹었던 동물농장 속의
"복서"는 이제 편하게 놓아주어야 되지 않겠냐?^^

가벼운 수필에서 점점 진지한 쪽으로
수위를 옮겨가는 것도 좋겠지.
책 세상도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만큼 매력적인 곳이니까.

열심히 읽고
많이 생각하고
즐겁게 놀고
분노해야 할 것에 분노하고
또 사랑해야 할 것을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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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곱단이는 또 이런 답글을 달아주었다.

"눈을 들어 파란 하늘을 볼 때
어느 구석에서건 떠 있는 비행기를 보며
마음이 짠해지곤 했었는데
그것도 여행을 꿈꾸어서였을까?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는 매일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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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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