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말 70년대 초에 인기 있던 중국 영화 ‘외팔이’ 시리즈가 있었다. 주연은 왕우라는 배우로 스승을 죽이고 자신의 한 팔을 자른 원수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그 외에 그가 주연한 <<단장의 검>>이나 <<방랑의 결투>> 등 대부분의 영화가 주로 부모나 연인, 혹은 스승을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 먼 길을 떠났다 돌아온 주인공의 ‘복수혈전’식 이야기이다.
<<글래디에이터>>는 한마디로 ‘그런 중국 영화의 로마버젼’이라고나 해야겠다. 대신에 이 영화는 단순한 내용이란 약점을 엄청난 물량 공세로 만회하고자 한다. 도입부의 웅장한 전투장면은 그 끔찍한 살상 장면과 더불어 정말 대단하다. 허리우드가 아니면 쉽게 만들 수 없는 장면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해 냈다는 로마의 원형 경기장의 모습도 역시 대단한 볼거리이다. 거칠고 섬뜩한 장면 사이사이 흑백으로 처리되는 주인공의 고향과 아내 그리고 아들, 바람에 잔잔하게 출렁이는 밀밭은 보는 사람을 애잔한 감정으로 이끈다.
이렇게 이 영화는 관객들의 시각과 청각과 감정의 즐거움을 위해 많은 것이 세심하게 배려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 수백 명이 죽는 끔찍한 영화임에도 가벼운 재미(?)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뿐 가슴이 뭉클해오는 묵직한 감동은 오지 않았다.
감동.
그것은 때론 웅장하고 거대한 화면과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에서가 아니라 작고 소담스런 이야기 속에서 온다는 걸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몇년 전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에 맞설 제3세계 영화의 한 대안을 제시했던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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