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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코브라 트위스트와 암바

by 장돌뱅이. 2013. 6. 22.


*위 사진 : 오른쪽이 암바의 명수(?)

초등학교 시절,
김일 선수의 프로레슬링 시합이 있던 뒷날이면
(김일선수가 나오기 직전에 늘 천규덕선수가 나왔다.)
교실은 난장판이 되곤 했다.

전날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갖가지 레슬링 기술들을
흉내 내느라  교실은 아침부터 북새통이었다.
누군가 로프 반동으로 나오는 선수를
머리 뒤로 넘기는 고난이도 기술을 직접 실험해 보다
멀쩡한 아이 숨이 넘어 가기 직전까지 만드는
대형사고를 낸 뒤에야 담임선생님의 엄명으로
좀 수그러 들긴 했지만.

그때 내가 가장 궁금했던 기술이
코브라트위스트였다.
이건 뭐 박치기도 아니고
풍차돌리기도 아닌 괴상한 이름인데다가
이 기술에 걸린 선수들은 꼼짝 못하고
항복을 하는데
우리끼리 이 기술을 시도하면
걸린 녀석이 '이까짓거 뭐' 하며
항복은커녕 싱겁게 벗어나버리는 것이었다.
도대체가 믿지 못할 기술이었다.

얼마 전 집에서
표도르선수의 격투기를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딸아이가 갑자기 물었다.

"암바에 걸리면 진짜 아플까?
별로일 것 같은데...격투기도 짜고하나?"

"아니야 아프지. 팔을 뒤로 꺽는데..."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나도 얼마나 아플까 궁금해졌다.
그때 내 마음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딸아이가 암바를 한번 해보자고 했다.
물론 내가 암바에 걸리는 역활이었다.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대로 자세를 취하다가
나는 비명을 지르며 1초도 안되어 항복을 했다.
"내가 아프다고 했잖아!"
인상을 쓰고 팔을 주무르다가 내가 말했다.
"야 근데 이거 나이 오십 넘은 아빠랑
대학 졸업한 딸이랑 둘이서 하고 놀거리는
좀 아닌 것 같다."

(암바.
진짜 아픕니다. 실험 결과(?) 한 번 걸리면 코브라트위스트처럼
빠져 나올 수도 없어 다칠 우려가 있으니
50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따라하지 마십시요.^^)

(20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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