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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다』

by 장돌뱅이. 2013. 6. 26.

리차드 아머 란 사람이 쓴 재미있는 문명비판서이다.
책은 원시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이름으로 치루어진
전쟁의 위선과 허구성을 재미있는 익살과 풍자로 폭로한다.

우리는 진정 2만년 전보다 문명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가?
검은 돈 벌이를 위해 화려한 담화문으로 치장을 한 채  
지구 어디선가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총으로 쏘는 야만이 버젓한 세상이 지금 아닌가?

   "석기시대를 살던 원시인은 전쟁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미개하기도 했으려니와, 사실
   전쟁을 일으킬 이유도 없었다. 원시인에게는 다른 원시인으로부터 영토를 빼앗아와야
   겠다는 욕망도 없었다. 가지고 있는 영토(돌맹이도 마찬가지)만 해고 차고 넘칠 지경이
   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얼 빼앗아와야겠다는 욕망이 없었다. 우악스럽게
    말하자면, 원시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우악스럽고 썰렁한 동굴, 썰렁하고 우악스러운
   마누라, 그리고 빈 창자......, 이렇게 서로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데올로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전쟁을 선포하는 일도 없었다.
   모든 사람의 이데올로기가 거의 같았기 때문이었다. 원시인의 이데올로기는 오로지 하나,
   "가능한   한 오래오래 살아남자"였다.
   국가라는 것도 명예라는 것도 없었으므로 국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전쟁판을 벌이는
   일도 없었다.낯이 깍였다고 해서 전쟁판을 벌이는 일도 없었다. 당시에는 얼굴이란 머리
   통의 앞쪽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머리통이 통째로 없어지지 않는 한 낯이 깎일 염려 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원시인들은, 이쪽에서 먼저 손을 쓰지 않으면 저쪽이 어쩔 것이라는 식으로 사람을 선동
   하게 마련인 책이나 신문이나 라디오나 텔레비젼 같은 매체의 충동에 휘둘릴 일도 없었다.
   실제로 그 시절에는 '저쪽'이라는 것도 없었는데, 이것만 보아도 원시인들이 얼마나 원시적
   이었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의 삶이 이토록 불행한 상태로 계속되었더라면, 군수물자로 한몫 제대로 잡는 전쟁
   특수(戰箏特需)도, 유령작가가 장군들을 대신해서 쓰는 회고록도, 전쟁영웅도, 무공훈장도,
   전쟁고아도, 국군묘지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삶이 이런 불편을 감수할 수 있었더라면
   보훈 연금(報勳 年金)이나 재향 군인 병원 같은 것이 생겼을 리 만무하다. 승전탑도 생겼을
   리 만무하니, 비들기들은 딴 데 가서 놀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류는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지 못했다.
   인류가 맨 처음 손에 잡았던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다."

   "제3차 세계대전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제 전쟁은 그냥 전쟁이라고 불리는 대신 '경찰활동', '평화유지', '공권력에
   대한 저항',  '저항에 대한 진압' 이라고 불린다. 전쟁이라고 불린 것과 비슷한 양상은
   지금도 라틴 아메리카, 중동, 아시아에서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냉전, 열전, 정의로운 전쟁, 부당한 전쟁, 깨끗한 전쟁, 더러운 전쟁,
   게릴라전, 제한전처럼 전쟁 앞에 형용사가 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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