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작년에 다녀간 '추억사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때문에 울산에서 살게 되었다.
'전 국토의 고향화' 어쩌구 하는 객쩍은 소리를 주변에 떠벌여대곤 했지만
울산은 본가와 처가를 합쳐 사돈의 팔촌도 없는 철저한 객지였다.
솔직히 시원찮은 학교성적때문에 가까스로 구한 일자리가 있는 곳이었을 뿐이다 .
친구들이 가끔 찾아주었다.
아내와 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나가 울산 인근의 바닷가에서
회를 먹고 돌아오는 '접대코스'를 만들어놓고 그들을 기다렸다.
그즈음 아내는 가게부를 쓰다말고
"가계수입은 하(下)에 속하는데 수입대비 문화교제비 지출이 높은 걸보면
상류층 패턴의 생활이고...... " 하며 걱정도 아니고 푸념도 아닌 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주변에 나의 미국행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그다지 내키지 않았던 이주였다.
또 다시 '전 세계의 고향화'라고 객기를 부리기에는 나이가 들기도 했고.
태평양 건너 미국땅은 더더욱 친인척들이 있을 리 없는 곳이다.
아는 사람이 있어도 동부 뉴욕에 살고 있으니 샌디에고에서는
다섯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날라가야한다.
서울과 방콕만큼 떨어져사는 것이니 같은 미국땅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위 사진 : 올 여름 다녀간 '여행동호회사촌'
샌디에고에서 2년 가까이 사는 동안 친구와 후배 몇 사람이 찾아주었다.
울산에서처럼 '접대코스'를 만들어 둔 것도 아니어서
반가운 마음만 앞섰을 뿐 흡족할만큼 차분한 시간을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있지만 어쩌랴.
앞날에 좀더 나은 분위기의 만남을 기약할 밖에.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에게 사랑을 보낸다.
*위 사진 : 샌디에고성당에서의 만난 '성당사촌'
*위 사진 : 생활축구회에서 만난 '축구사촌'
그리고 먼곳의 인연만을 그리워하기보다
가까운 이웃사촌과의 만남을 생각해야겠다.
태어날 때부터 혹은 원래부터, 아는 사이란 없는 것 아니겠는가.
(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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