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작은 딸아이는 그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내 눈이 작기 때문이다.
사실 제 엄마의 눈도 크지 않은데
나에게만 원망의 화살을 겨누는 것은
우리 가정의 '군사적' 역학구도를 반영하는 것이라
나로서는 좀 억울한 면이 있다.
딸아이는 말한다.
외가집 식구들은 모두 눈이 크지 않으니까
뭐 그렇다고 치지만
친가쪽은 모두 눈이 큰데
유독 아빠 눈만 작다는 것이다.
정말 누나와 형, 조카들까지 우리 집안은 대체적으로
눈이 큰 편인데 왜 나만 작은 지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어릴 작 부모님들이 나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리신 적이 있는데 눈의 크기만 갖고 생각하면
그것이 놀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할만 하다.
그러나 원망은 원망일 뿐
딸아이는 자신의 눈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대학입학 전 쌍거플 수술이라도 해서
(대입시험을 치룬 딸아이의 친구들이 대부분 수술을 했기에.)
눈모양을 바꿔보라고 했더니
잠시 고민 끝에 하지 않았다.
되려 눈이 작은 어떤 애가 즉석사진을 찍고
잡티 제거 기능을 눌렀더니 사진 속의 눈이
아예 없어져 버렸다는 농담을 하며 킥킥 거린다.
대학생이던 어느 날
무슨 기업이 지원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더니
모델로 뽑혀 다른 학생들과 촬영을 하고 왔다고 했다.
"모델? 니가 어떻게? 눈도 작은데..."
나는 무심코 물어보다 속으로 아차! 하고 부르짖었다.
유전인자에 대한 책임을 잠시 망각한 실수였다.
그런데 딸아이는 그런 나의 망발(?)을 너그럽게 용서하며
씩씩하게 대꾸했다.
"아빠 덕분이지 뭐. 눈 작은 사람의 대표로 뽑혔거든!"
위 사진을 보면 굳이 위치 표기를 하지 않아도
딸아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나는 눈은 작아도 예쁜 딸아이를 둔 아버지들의 대표다!"
(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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