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로 돌아와 하룻밤을 자고난 아침.
비가 내렸다.
바람이 없어보이는데도 빗방울은 더러 유리창에 부딪히며 내렸다.
창 가까이 의자를 갖다 붙이고 앉아 오래 밖을 내다 보았다.
비에 젖은 창밖 풍경이 차분해 보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햇볕 쨍쨍한 날이었다면
두고온 곳의 아쉬움과 함께
다시 보는 창밖 풍경의 낯설음이 과장되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이런저런 인연의 사람들을 만나
눈 덮힌 산길을 걸었고
밤이 늦도록 웃고 떠들어보었으며,
도심의 골목길 속에 숨은
기억 속의 식당을 찾아가
맛깔스런 양념으로 버무린 곱창과
미나리를 듬뿍 넣은 대구탕과
뚝배기 속에 새우젓을 넣은 돼지국밥을 먹어보았다.
그런 만남을 위해
샌디에고에서는 볼 수 없는
북적이는 지하철을 타기도 했고.
기차와 버스, 비행기를 타고 먼길을 다녀오기도 했다.
(...) IT IS THE SWEETEST THING THAT I KNOW OF,
JUST SPENDING TIME WITH YOU
IT IS THE LITTLE THING THAT MAKE A HOUSE A HOME
LIKE A FIRE SOFTLY BURNIN' SUPPER ON THE STOVE
THE LIGHT IN YOUR EYES THAT MAKES ME WARM
HEY, IT'S GOOD TO BE BACK HOME AGAIN...
-존덴버의 노래, BACK HOME AGAIN 중 -
"내게 가장 따뜻한 순간은 당신과 함께 보낸 시간"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이 날 아침엔 진부하지 않았다.
원래 무언가에 간절하고 절실해지면
진부함이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인가 보다.
노랫말의 시제를 바꿔보았다.
"HEY, IT WAS SOOOOOOO GOOD TO BE BACK HOME AGAIN"
(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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