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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샌디에고 걷기26 - MT. WOODSON PEAK TRAIL

by 장돌뱅이. 2013. 7. 16.

  

 

 

 

 


*위 사진 : 트레일의 출발점인 LAKE POWAY와 주변의 야생화들

원래는 이곳을 걸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지난 주에 다녀왔던 아이언 마운틴 IRON MT. 주변을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67번 도로를 달리다보니 멀리 산 위로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제법 큰 규모의 산불인 것 같았다.
뒷편에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몇대의 경찰차가
쏜살같이 앞질러 바쁘게 달려간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눈짐작해보니
아이언마운틴 주변인 것 같았다.
'혹 입산통제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가다보니 아니다다를까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샛길로 빠져 차를 주차시키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우드슨마은틴 WOODSON MT.이었다.
 

 

 

레이크 포웨이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오후 1시반.
작은 베낭을 꺼내 들러메고 호수를 따라 걸었다.
이곳 호수를 경계를 따라도는 코스는
지난 가을 아내와 와본 적이 있는  낯익은 길이다.
호수에는 노를 젓는 보트를 타는 사람들과
낚시를 드리운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구름 한점 없이 온퉁 푸르기만한 하늘에선 강렬한 햇살이 쏟아진다.
달궈진 흙길이 제법 여름 열기를 느끼게 한다.
올들어 가장 더운 날인 것도 같다.

호수를 지나쳐 산으로 접어들기 전 할아버지 레인져 RANGER를 만났다.
우드슨산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오르막길 끝에 우뚝한
산을 가리키며 친절한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날이 더우니 물은 충분히 가지고 가라."
 

그 말에 나는 잠시 멈추어 서야했다.
베낭 안에 지난 주에 먹다 남은 작은 생수 반병밖에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새로 물병을 한두 개 더 가지고
온다는 것을 그만 깜빡한 것이다.

'아침까지 생각했었는데...어쩐다.....'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산행시간은 4시간 반.
거리는 7.2마일 정도였다.

두 모금의 양만 남은 물.
다행이라면 오전에 골프를 치고 식당에서 맥주 두어 잔과
얼음물을 마셔둔 탓에 당장은 목이 마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다리가 힘이 든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목이 마른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메마른 이곳의 산에 계곡물이나 약수터가 있을 리도 없다.
 

올라갈 때 한 모금
내려올 때 한 모금 나누어 마시기로 하고
결국 산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길어봤자 네 시간인데' 하는 배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내가 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준비성이 강하고 꼼꼼한 아내는 무슨 일이건 집을 떠날 적에는
작은 물건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챙기기 때문이다.

1시간쯤 걸어 산허리 중간 지점쯤에 도착했다.
나무 그늘이 진 넓적바위가 있어 다리를 뻗고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힘든 산은 아니었으나 오전에 골프를 한
뒤끝이라 등위로 땀이 흥건하고 다리가 제법 뻐근했다.

아껴두었던 꿀맛같은 생수 한 모금을 마셨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물 한모금을 넘기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땀을 훔치며 불어가는 바람도 시원하기 그지 없다.
지난 주에 먹다 남은 것이라 아내가 있었다면
절대 먹지 못하게 했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보름 전에
개봉한 생수라도 있으면 좋을 지경이다.

전망이 좋은 바위라 눈을 멀리 주었다.
편안한 시선의 끝에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파트 화단에 봄꽃이 피었다가 다 지도록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내는 메일을 보내왔다.

이제 우리도 나이가 들었으니
병원을 친구 만나러 가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라고 했지만
여기저기 불편한 몸 때문에 병원을 드나드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애틋할 뿐이다.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것은 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들이 영광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것은 거리낌 없이 사랑할 권리다.
                                            - 알베르 까뮈의 글 중에서 -
 

 

높이 1560피트(약600미터) 우드슨마운틴의 정상은
전파중계기지가(?) 있어 올라오는 길의 조망에 비해
그다지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려가는 길에 올라올 때 쉬었던 그 바위에서 다시
쉬어가며 남은 물을 팻트병을 쥐어짜듯 알뜰하게 마셨다.
그리고 부지런히 길을 걸었다.

냉장고 속에서 차가울 대로 차가워진 맥주 한 캔,
바위에서 일어서 출발점인 포웨이호수로  되돌아올 때까지
나의 머릿 속에는 온통 호수가에 있는 매점에서 마실
그런 버드와이저 뿐이었다.

(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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