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아이언마운틴의 야생화
아내가 딸아이와 함께 노무현대통령 추모제가 열리는 봉화마을로 향하고 있는 시각,
나는 혼자 산으로 향했다. 오래간만의 산행이었다.
원래 산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날만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 헛헛했다.
책을 몇 쪽 읽다가 집중이 되지 않아 접어두고 길을 나섰다.
먹고사는 생활의 무게만으로도 늘 헉헉거리는 처지인지라
세상의 모습을 내 고민 안에 담아둘 여유가 별로 없긴 하지만
국토도, 민주주의도, 남북의 상생도 모두 벼랑 끝에 내몰린 듯한
잠시 떠나온 우리나라의 모습은 답답하고 참담해 보인다.
"미친놈들!"
어쩔 수 없이 욕이 튀어 나왔다.
도올 김용옥이 신뢰 수준 0.0001%이라고 한
천안함의 '드라마'를 저들은 마치 승전보처럼 전했다.
어쩌자는 것일까?
우리는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차를 몰면서 작년 노무현대통령서거때 딸아이가 보내준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반복모드로 놓고 들었다.
'고음불가'의 목청으로 따라부르다
콧잔등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IRON MOUNTAIN.
2천7백피트(약 9백미터) 높이의 산으로 자료에는
산행 총시간이 3시간 반으로 나와있다.
67번 도로변에 만들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으로 향했다.
초입에 길 양쪽에 빽빽히 들어선 활엽수의 나뭇잎들이
터널 같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오늘 올라야 할
아이언 마운틴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른 먼지가 풀썩이는 흙길은 가파르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오르막이었다.
길가에 핀 작고 예쁜 꽃들에 눈을 주며 천천히 걸었다.
40분쯤 오르니 안부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호수를 끼고 도는 길이다.
왼쪽길은 다음 주에 가보리라 생각하고
오른쪽길로 들어선다. 길은 지그재그로
이제까지보다는 좀더 가파른 경사의 길이다.
다시 40분을 걸으니 정상이다.
툭 터진 전망이 시원하다.
이제까지 걸어온 쪽은 첩첩 산중이고
그 반대편 서쪽으로는 멀리 샌디에고의 앞바다가 건너다 보였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엉이바위를 다녀왔다고 했다.
장터국수로 점심을 먹고
딸아이와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온다고
사람들이 많다고
슬프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분위기라고......
(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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