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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캄보디아

2003 캄보디아 여행기 10. - 앙코르왓

by 장돌뱅이. 2012. 4. 8.

시인 고은이 동해 낙산사를 두고 그랬다고 하던가?

   "동해 낙산사"라고 말해야 한다. 거기에는 반드시 감탄사가
   붙어 있지 않으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지 않는다.

아! 앙코르왓!
내게 앙코르왓이 또한 그랬다. 아마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동이 터오는 동쪽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으로 우뚝 선 앙코르왓이 그랬고,
날이 밝은 후의 더욱 거대해진 앙코르왓이 그랬다.
왜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미안하게도 가서 보라고 할 밖에 없다.

가서 보시라!
내가 그 웅장함을, 경건함을, 오랜 세월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앙코르왓에서는 사진기조차도 무력해졌다.
물론 앙코르의 아름다움과 핵심을 렌즈 속에 응축시키는
나의 안목과 기량의 부족이겠지만.
그랬다.
셔터를 누를수록 전체를 잡으면 부분이 보이지 않았고
부분만 주목하면 전체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거기에 오랜 세월의 연륜이 위엄처럼 스민 사원의 분위기는
나의 작은 카메라로는 도저히 담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지식도 없이 앙코르에 그냥 온 것처럼
욕심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무심히 셔터를 누르기로 했다.

그것이 천년 전에 이 놀라움을 이룬 캄보디아인의 가르침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러자 앙코르왓은 한결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지식도 없이 앙코르에 그냥 온 것처럼
욕심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무심히 셔터를 누르기로 했다.
그것이 천년 전의 캄보디아인이 나를 위해 준비한 가르침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러자 앙코르왓은 한결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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