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안타깝고 아까우며 억울하기까지 한 일인데, 사람들에게 그 일을 이야기
하면 동정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낄낄거리며 즐거워하는 일이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한 가지는 컴퓨터로 글을 쓰다가 깜빡 저장하지 않아 몇 시간의 수고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과속이나 주정차 위반으로
통보서나 티켓을 받는 경우이다.
미국에 와서 느끼는 한 가지가 교통범칙금이 굉장히 세다는 것이다.
위 표를 보면 알지만 한국과는 상대가 안될 정도로 비싸
'한국에 있을 때 교통위반을 많이 해야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되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서 자치단체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에 단속을 강화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실제로 샌디에고시의 경우 2009 -2010 회계년도 동안 교통위반 범칙금으로
벌어들인(?) 금액이 2천9백만 달러로 전체 재정의 1%에 해당된다고 하니
단순히 소문만도 아닌 것 같다. 인근의 관광도시인 델마 DELMA 시는 같은
시기 교통범칙금이 전체 재정의 3.5%에 달한다고 한다.
차를 도로변에 정차 시키고 핸드폰을 받았는데도 티켓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시동을 끄고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가히 '좋은' 도시가 아니라 '벌금(FINE)'의 도시라고 부를만 하다.
아무리 미국 재정이 엉망이라도 공식적인 세금 이외에 내 돈으로 미국공무원들의
월급을 줄 이유가 없어서 조신조신 운전을 하고 다녔는데 (하긴 옆자리에서 나의
운전을 배후조종(?) 하는 아내가 있는 한 내가 교통규칙을 위반할 일은 없긴 하지만),
얼마 전 새벽에 공항에 손님을 태워주고 오늘 길에 카메라에 찍히고 말았다.
익숙치 않은 길이라 도로변에 설치된 카메라가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작은 사거리에서 신호에 따라 정지는 했지만 정지선을 넘어섰던 모양이다.
뭔가 앞에서 번쩍하며 후래쉬가 터지더니 연달아 뒤에서도 터졌다.
그러고나서야 나는 내가 시 '재정지원자'가 된 것을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결 같이
'이제야 미국사람이 된 거"라며 낄낄거렸다. 의견도 분분했다.
뒤쪽 후래쉬까지 터졌으니 제대로 걸린 것이라는 사람들부터
횡단을 하지 않았으니 괜찮을 거라는 등등.
벌금도 벌금이지만 미국에서는 교육을 이수해야 불편함이 있다.
교육기관을 스스로 찾아 등록하고 참석하여 하루종일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비도 본인 부담이다. 그러지 않으면 기록에 남아 보험료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으로 후래쉬가 터진지 3달이 가까워오는데,
아직 범칙금 통보서가 날라오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도 아직 더 기다려봐야한다는 사람도 있고
두 달이 자났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는 사람도 있어
어느 말이 옳은지 확실하지 않다.
이래저래 범법자의 마음은 불편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아마 또 낄낄거리리라.
(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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