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안 JULIAN의 파인자니타 PINEZANITA라는 곳에서 캠핑을 했습니다.
작년 10월에도 이틀밤을 보냈던 곳입니다. 밤새 텐트 위로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 던 곳. 올해는 아직 철이 일러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귀한 손님과 함께 했습니다. 자칭 '골방가수' 빨간내복님과 지수맘님 부부입니다. 빨간내복님은 7080의 정감있는 노래를 통기타 반주와 함께 불러 블로그에 올리고 계신데 아주 들을만합니다. 뭐랄까? 길거리 음식점에서만 사 먹다가 가정식 백반을 먹을 때 느껴지는 깔끔함과 담백함이 묻어나는 노래들입니다.
이미 골방 수준을 벗어나 '장터가수'가 되었다고 저와 아내는 믿습니다.
빨간내복님은 요리와 설거지 등 부엌일에서 멀었던 저를 부엌의 세계로 이끈 분이시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빨간내복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만드신 요리를 올릴 때마다 곱단님이 볼까 염려되어 "이런 내용을 자꾸 올리면 세상 모든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 된다 "고 맹렬히 비난을 해대다가 그만 제가 '세뇌'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행복한 투항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다 보니 빨간내복님에 대한 곱단님의 존경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까지 아내와 저의 캠핑은 간편식으로 저녁을 마치면 모닥불을 피워놓고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는 것이 전부였습니다만, 이번에는 빨간내복님의 기타와 노래 덕분에 먼 70년대의 학창시절의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학교 앞 막걸릿집에서 친구들과 부르던 옛 노래를 오래간만에 불러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생겨난 초생달과 올망졸망 별들이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빨간내복님과 지수맘님께 감사드립니다.
친구가 멀리서 와,
재미있는 이야길 하면,
나는 킬킬 웃어 제낀다.
그때 나는 기쁜 것이다.
기쁨이란 뭐냐? 라고요?
허나 난 웃을 뿐.
기쁨이 크면 웃을 따름,
꼬치꼬치 캐묻지 말아라.
그저 웃음으로 마음이 찬다.
아주 좋은 일이 있을 때,
생색이 나고 활기가 나고
하늘마저 다정한 누님 같다.
- 천상병, 「기쁨」 -
(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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