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음식 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음식이 거위 간요리 푸아그라 뿐이 듯이
이태리 음식에선 피자와 파스타 (더 정확하게는 스파게티), 두 가지 뿐이다.
식당에 가면 읽기 힘든 메뉴판을 직접 들고 맛과 형상을
유추하거나 웨이터의 협조를 받아가며 주문하기도 하지만
예상과 비슷하게 일치되는 이태리음식은 피자와 파스타 뿐이다.
(한국이 아닌, 이곳 샌디에고의 식당에서 웨이터가 '본토' 발음으로 설명하는
요리의 내용은 부실한 나의 영어로는 아프리카 오지 부족의 토속어를 듣는 거나 진배없다.)
사실 피자는 토핑 종류에 따라 이리저리 불러도 내내 그 이름이 피자로 끝나지만
파스타는 면의 굵기와 형태에 따라 이름도 다양해져서 헷갈리기 십상이다.
(면발이 납작한 페투치네(fetucine)와 탈리아텔레(tagliatelle),
가늘고 긴 스파게티니 (spaghetini),
가운데 구멍 뚫린 부카티니(bucatini),
만두 모양의 라비올리(ravioli), 이외에도 링귀네(linguine),
펜네(penne), 리가토니(rigatoni) 등등.)
거기에 별의 별 소스가 더해지면 이놈의 것은 음식이 아니라 무슨 골치덩어리처럼 보인다.
(올리브오일에 빻은 마늘과 파슬리를 넣은 "알리오 에 올리오(aglio e olio)",
토마토와 다진 고기, 양파를 넣어만드는 "볼로네제(bolognese)",
치즈, 크림, 햄 등으로 만드는 "까르보나라(carbonara)" -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소스.
이외에도 아라비아타(arabiatta), 봉골레(vongole), 페스토(pesto) 등등.)
그러나 차량 부속 명칭 잘 못 외운다고 운전 못하는 것이 아니듯이
메뉴판을 보고 대충 찍건,
백인 웨이터의 '아프리카 토속어' 같은 설명을 참고 하여 유추해내건
일단 이태리 음식점에 가서 주문하기는 어렵잖은 일이고
주문된 대부분의 이태리음식은
우리 입맛을 만족시킬 확율은 비교적 높다.
그런 '코스모폴리탄'적인 요소가 있기에 오늘 날
이태리 음식이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을 것이다.
여행 중 한국음식이 먹고 싶으나 없을 때 이태리음식은 서양음식이면서도
종종 아내와 나의 대체음식이 되곤 한다.
1. BUON APPETITO
샌디에고 다운타운의 리틀이태리 구역에 있다.
아담한 실내공간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프리카 토속어' 라도 유쾌하게 설명해주는
종업원의 태도가 밝고 기운차다.
아무튼 잘 나가는 식당은 종업원들도 친절하다.
식사후에 샌디에고의 역사지역인 (우리로서는 현대식이지만)
가까운 가스램프쿼터 GASLAMP QUARTER 지역을
돌아보아도 좋을 것이다.
1609 INDIA ST. SAN DIEGO CA92101
TEL.; 619-238-9880
2. ARRIVEDERCI
힐크레스트지역에 있다.
노란색의 외관이 따뜻함 느낌을 준다.
이태리음식점에 가면 '안전빵'으로 피자나 스파게티 중 하나를
시키고 나머지 하나는 메뉴를 보고 고르거나 직원의 추천을 받는 것이
아내와 나의 주문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그 하나는 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국수는 원래 중국이 원조라고 한다.
기원전 3천 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오래 되었다.
속설에 의하면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폴로가 1296년에
이탈리아에 소개하여 오늘날 파스타의 기원이 되었다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국수문화의 '원조'가 아니라 그 국수를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변모시킨 이태리 사람들의 지혜일 것이다..
이태리 남부는 지중해성 기후로 밀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 사람들은
음식의 양을 늘이기 위해 그곳에 흔한 어패류와 토마토를 넣어
만든 국수가 오늘날의 파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중국 국수와 스파게티가 다르듯이
자신들만의 독창성을 가미하여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냈으면 그것 역시 훌륭한 '원조' 아니겠는가.
이처럼 우리 문화의 기원이 모두 중국에 있다고 하는 식의 원조타령은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사관의 일종으로 종종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쪽으로 흐르기 쉽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일이다.
3845 4TH AVE. SAN DIEGO CA92103
TEL.; 619-299-6282
3. EXPRESSO PIZZA
우리나라에 피자를 대중화 시킨 사람은 피자헛의 성신제씨다.
그는 혈혈단신으로 도미하여 피자헛의 독점권을 따내
대박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후에 성신제피자를 만들었다가 요즈음은 다시
부도에 휘말렸다는 아쉬운 소식을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솔직히 피자헛은 아내와 내게 피자 중에
가장 맛없는 피자로 느껴진다.
아내가 내가 좋아하는 피자는 토핑의 내용에 상관없이
얆고 바삭한 바닥빵(도우)인데 피자헛은 스폰지처럼 두텁기 때문이다.
유명한 피자집일수록 토핑보다 바닥빵에 더 비중을 둔다고 한다.
EXPRESSO PIZZA의 피자도 바닥빵이 두툼해서
소문만큼 아내와 내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
하긴 메뉴판의 수많은 음식 중에서 우리가 단 한판의
피자를 먹은 것 뿐이라 다른 음식에 대해선
평가할 수 없다.
1776 SUNSET CLIFFS BLVD. SAN DIEGO CA92107
TEL.; 619-2249-2227
4. BRONX PIZZA
힐크레스트에 있는 피자전문점.
피자 이외에는 다른 음식은 없고 현금만 받는다.
허름한 내외관의 음식점이지만
장사가 잘된다는 증거겠다.
유리장 안에 피자를 전시해 놓아 모양을 보고 주문하면 된다.
그나마의 '브로큰잉글리쉬'도 필요가 없는 곳이다.
맥도날드가 다인종의 미국 사회에 공헌한 것 중의 하나가
메뉴를 세트화 해서 영어가 안되도 상거래가 이루어지게 한 것이라고 하던가?
한계지역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선 드물게 배달도 하는 모양이다.
111 WASHINHTON ST. SAN DIEGO CA92103
TEL.; 619-291 - 3341
5. PIZZERIA LUIGI
위 브롱스피자만큼 허름한 외관의 식당이다.
유리관에 전시에 놓은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위 식당 중에서 아내가 가장 만족하는 피자집이다.
로마시대의 만찬을 그린 영화를 보면
귀족들이 침대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우리로선 희한한 식사법이다.
이 때문에 음식은 손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중세가 될 때까지
이태리에서 스프류가 크게 발달하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피자를 먹을 때마다 나는 포크나 나이프 대신에 손으로 먹는다.
로마 귀족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편하기 때문이다.
문득 아내와 함께 얇고 바삭한 루이기피자를
손으로 먹고 싶어진다.
( 피자가 로마시대에서 유래된 음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태리사람들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피자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200년 전부터라고 한다.)
1137 25TH ST. SAN DIEGO CA92102
TEL.; 619-233 - 3391
(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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