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양식.
지금은 듣기 힘든 단어가 되었지만
70년대에는 서울 거리의 식당 간판에 흔히 쓰여있는 단어였다.
아마도 가벼운 서양음식'이라는 뜻이었을 게다.
그러나 정작 경양식집의 메뉴에는 주로 돈까스, 비후까스,
함박스테이크(행버거스테이크)라는 '일본식' 이름의 음식이었다.
돈가스( 돈TON 豚 + 가스 KASU)는 영어로는 포크커틀릿 (PORK CUTLET)이며
우리 말로는 '돼지고기(너비)튀김'이겠으나 지금도 누구나 돈까스로 부른다.
돈까스는 나중에는 입시학원가 분식집에서도 나오는 흔한 음식이 되었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음식인지라 접시 한쪽에 노란 단무지 몇 쪽이 함께 나왔다.
(아내와 연애 시절 가끔씩 갔던 무교동의 '햇살'이라는 경양식집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근방에 클래식음악을 은은하게 틀어주던 다방 '아가페'도.
아-! 그게 벌써 그게 30여 년 전의 이야기라니!)
주머니가 가난하던 시절, 경양식집에 간다는 것은
종종 세련된 분위기나 차별화된 맛을 의미하기도 해서
졸업식 같은 특별히 의미 있는 날에 한해서 가보는 특별한 행사이기도 했다.
당시에 우리는 경양식집에서 식사를 하는 걸 흔히 '칼질' 한다고 표현했다.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 모든 음식은 그저 서양 음식으로 통했다.
서양음식을 우리의 소금기 많은 김치나 된장류보다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과학적이고 선진적인 음식인양 가르치는 학교선생님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나이프와 포크가 식기로 대접을 받은 것은
그리 역사가 오래되지 않는다. 18세기까지 유럽에서는 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는 접시만 그려져 있지
나이프와 포크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지저분한 손을 씻는 물그릇과 물기를 닦기
위한 수건을 준비해둔 관습이 지금도 핑거볼과 냅킨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군사적, 문화적 강국이었던 고대 로마의 식사 예절은 가히 엽기적이다.
대부분 연회 스타일로 이루어지는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손님은 미리 목욕을 하고
전용파자마로 갈아 입은 후 식당에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고 와인을 마셨다. 문제는 초대받은 손님이 대접을 잘 받았다는
의미로 식사 도중 한번씩 음식물을 토해내야 하는 것이 예절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바이트' 전용 방에서 새의 깃털로 목안을 자극해 음식물을 토했다고 한다.
어쨌든 아시아에서 발달된 젓가락의 역사가 기원 전까지 올라가는 것에 비하면
나이프와 포크의 식탁 점령은 그리 오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으로 하는 식사가 저급한 음식문화라거나 야만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도 전 셰계 인국의 40%가 손으로 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것은 신이 내려준 신성한
음식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라는 뜻까지도 포함한 각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산물일 뿐이다.
샌디에고에서 아내와 '칼질'을 하러 다닌 식당 몇 곳을 정리해 본다.
어릴 적 생각 때문인지 특별한 날에 가게 된다.
결혼기념일, 생일, 부부싸움 뒤 화해의 자리(윽! 이건 아닌가?) 등등.
어느 나라 음식인지는 구태여 구별할 필요는 없겠다. 그 기준도 애매모호하고.
어쨌든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했던, 대부분 퓨전스타일의 서양 식당으로 기억하면 되겠다.
1. JAKE'S
샌디에고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DEL MAR BEACH에는 해변을 끼고 아름답고 유명한 음식점이 많다.
대형유리창에 가득한 바다.
아쉽게도 우리가 갔던 날은 구름이 가득하여
노을도 없고 바다도 칙칙한 잿빛이었지만
그 나름 운치가 있었다.
특별한 음식을 꼽을 수 없다.
시푸드에서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퓨전음식이 가능하다.
*1660 COAST BOULEVARD, DEL MAR, CA 92014
*TEL : 858-755-3240
2. CLAYS
HOTEL LA JOLLA의 꼭대기층에 있는 곳.
재작년 결혼기념일 저녁
'장돌뱅이와 결혼한 행운을 축하해!' 하며 깨방정 섞인
'오만을' 떨었더니 별안간 전망 좋던 바다에서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깜깜하게 가려 버렸다.
다음에 가면 다른 말로 건배를 해야지.
"고마워! 장돌뱅이와 결혼을 해주어서!"
음식은 위 JAKE'S와 거의 동일.
*7955 LA JOLLA SHORE DRIVE, LA JOLLA, CA92037
*TEL : 858-551-3620
3. THE OCEANAIR
다운타운에 있는 씨푸드 음식점.
약간 고풍스러운 분위기
그러나 싱싱한 바다음식.
너무나 싹싹하게 음식 설명을 해주는 직원.
무엇을 골라도 "엑설런트 초이스"라는 말을 붙여 탈이긴 하지만
실제로 주문한 모든 음식이 그러하기도 했던.
*400 J STREET, SAN DIEGO, CA92101
*TEL : 619-858-2277
4.FLEMING'S
샌디에고 다운타운의 유명 스테이크집.
스테이크집을 소개하면서 정작 스테이크사진은 먹느라 찍지 못했다.
*380 K STREET, SAN DIEGO, CA92101
*TEL : 619-237-1155
5. PHIL'S BBQ
일년에 자그마치 450,000 킬로그램의 고기를 소비한다는 곳.
BBO에 관해 많은 상을 휩쓸었다고 하는 식당이다..
PORK LIB, ONION RING 등등.
우리나라 갈비보다 맛있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고 고개를 젓겠지만.
(우리 가족이 반했던 인도네시아 발리의 식당 노티누리스와룽에
비해서도 마찬가지.)
그래도 언제 가든지 30분 정도는 기다릴 각오가 필요하다.
*3750 SPORTS ARENA BLVD. SAN DIEGO, CA92110
*TEL : 619-226-6333
6. PRADO
샌디에고의 유명한 공원 발보아 BALBOA PARK 안에 있다.
공원에서는 갖가지 이벤트가 자주 열리므로 그와 연계하여
들리면 좋을 곳이다.
*1549 EL PRADO, SAN DIEGO, CA92101
*TEL 619-557-9441
7. VIVACE (AT FOURSEASON AVIARA)
포씨즌이라는 호텔의 무게감에 걸맞는 식당.
정중함과 중후한 분위기가 있다.
이태리 음식이 주종이다.
아내는 이곳의 스파게티를 샌디에고 최고로 평가한다.
* 7100 FOURSEASON POINT CARLSBAD, CA92011
*TEL : 7606033773
(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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