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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집 주변 걷기

by 장돌뱅이. 2013. 7. 27.

  

 

작은 생수 한병만 가지고 나설 수 있는 여행.
집 주변 걷기입니다.
어딘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고가는 자체가 여행입니다.

퇴근 후 한두 시간씩 아내와 걷기를 합니다.
낮 시간이 길어져 가능한 일입니다.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머릿 속에 환하게 그려지는 익숙한 길이라
번잡한 일상이 남긴 긴장이 바람처럼 풀어집니다. 시간은 길게 늘어집니다.

늘어난 시간의 자리를  고즈넉함이 채웁니다. 별다른 말 없이 걷기도 합니다.
말은 사실 불완전합니다. 불완전하다보니 말을 많이 하게 되는가봅니다.
침묵의 시간이 주는 감미로움은 비어있는 여백이 주는 동양화의
아름다움과 같을 것이라 믿어봅니다. 부부란 누구보다도 깊게
그런 시간을 교감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닐런지요.

그 중에 몇곳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먼저 (위 사진 3장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입니다.
주택지 옆에 붙어있지만 잡목 숲으로 가려 카메라 앵글을
살짝 돌리면 제법 깊은 숲길 같이 보입니다.
공원이 있고 연못이 있는 길입니다.

아래 사진은 EAST LAKE 라는 곳입니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이 그득하게 담긴 호수의 둘레길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잘 낚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낚싯대를 드리운 채 사실 낚시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이는 사람도 있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노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처럼 호수 주위를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호숫가 풍경 속에 또 하나의 풍경으로 스며들어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되어 아내에게 '펄쩍뛰기'를 시켜보았습니다.
우리는 낄낄거렸지만 호수는 스쳐가는 바람이 만드는 잔물결만큼의
흔들림도 없이 시치미를 떼고 누워있었습니다.
 

 

 

 

 

어제는 주말이라 집에서 좀 먼곳으로 차를 타고 가보았습니다.
HIGHLAND TRAIL이라는 곳이 목적지였습다.
주말임에도 인적이 없어 트레일은 우리의 전용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이 흥겨운 기분을 더욱 고취시켜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까운 곳에 코요테 한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녀석은 우리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저만치에서 우리를 쳐다보았습니다.
코요테는 못생긴 개의 모습을 지닌 야생의 동물입니다.
가끔씩 동네에 들어와 애완견을 물어가기도 하는 악동입니다.
아내는 녀석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고 오던 길을 돌아섭니다.
"괜찮다니까. 당신보다 쟤가 당신을 더 무서워한다니까."
아내는 나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속보로 되돌아갔습니다.
 

 

 


*맨 아래사진이 코요테에 쫓긴 아내의 모습입니다. 바로 위의 느긋한 자세와 대비됩니다.

HIGHLAND TRAIL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LAKE HODGE는
코요테 덕분에 예정을 바꾸어 가게 되었습니다.
호숫가를 따라 난 산길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두달 전 제가 하프마라톤을 뛴 곳이기도 합니다.
아내는 코요테의 악몽을(?) 잊고 평상심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편하면 저도 편합니다.
 

 

 

 

(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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