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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고추장찌개

by 장돌뱅이. 2013. 7. 31.

운전을 배울 때 누군가 조수석에 앉아 도와주다가 처음으로 혼자서 도로운전을 나설 때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는가 내심 자신이 있다가도 막상 든든한 ‘빽’이
없어진 듯하여 허전하고 긴장되던......

아내가 없이 혼자서 음식을 만들어보는 시도에도 그와 비슷한 걱정이 따라왔다.
얼마 전부터 내가 음식을 만들어본다고 했지만 곁에는 늘 아내가 있었다.
재료준비를 위해 장을 보는 것부터 조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필요할 때마다
아내의 판단과 충고를 얻을 수 있었다. 아내가 주방에 서있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엔 완전히 혼자였다. 아내가 곁에 없기 때문이다.
재료구입부터 시작해서 도마질과 간을 보는데 일체의 질문을 할 수 없었고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이번에 목표로 한 음식은 고추장찌개.
캠핑에서 해먹어도 쉬울 것 같아 선택한 음식이었다.
재료는 호박, 버섯, 감자, 양파, 두부외에 (원래는 돼지고기를 넣으라고 조리법에
나와 있으나) 집에 있는 북어포를 준비했다.

먼저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냈다. 육수는 모든 한식 찌개나 국을 만드는데
모두 다 들어가는 필수인 것 같았다. 그냥 맹물을 넣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뭔가에서 우려낸 육수를 쓰면 더 깊은 맛이 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겠다.
김치냉장고에 마른 새우가 눈에 띄길래 같이 집어넣고 한 십여 분 끓여 국물을 우려냈다.

이후 조리법은 간단했다. 재료를 너무 작지 않게 적당한 크기로 썰어 육수에
넣으면 된다. 인터넷에서 얻은 원 조리법에는 익기 쉬운 정도를 구분하여
종류별로 투입 시점을 달리하여 나와 있었지만 그냥 한번에 넣었다.
여기에 양념으로 고추장과 고춧가루, 새우젓과 참치진국, 그리고 다진마늘과
후춧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되었다.

전화로 아내에게 결과를 이야기 했다. 맛이 있냐고 아내가 물었다.
여자들은 흔히 자기가 만든 음식은 맛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내가 만든
음식이 맛이 있다. 일과 놀이의 차이일 것이다. 아직 내게 요리는 놀이에 가깝다.
혼자 지내는 동안 앞으로 몇 개의 음식을 더 만들어 볼 작정이다.
주로 간단한 찌개와 국 종류로.

혹 나처럼 요리를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은 있지만 처음이라 망설이는
남자분들이 있다면 나꼼수의 김어준 버전으로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다.
“쫄지마! 일단 시작해!”

(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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