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에서 갈고닦은(?) 솜씨를 한국에 있으면서 딸아이에게 보여주었다.
딸아이는 내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천주교 신자가 되어 ‘식사 전 기도’를 하는 모습만큼이나
상상이 안 되는 일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때마침 놀러온 처제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홈페이지에서 내가 만든 음식의 사진과 글을 보긴 했지만
이전의 장돌뱅이 행태로 보건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는 투였다.
아내가 곁에서 “정말이야. 너네 형부 음식 잘 해.”하는 응원의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할 줄 아는 열 가지 미만의 음식 중에서 비교적 아내에게 후한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세 가지를 골랐다.
닭날개구이와 두부전골과 총각김치볶음밥.
요리 경연대회에 참석한 식객의 마음으로 상을 차려내고 자못 긴장되어 식구들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이 처제와 딸아이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감탄의 상당 부분이 물론 음식의 맛보다 ‘살다보니 장돌뱅이가 만든 음식’을
먹어본다는 데 있어보였다. 그러나 기분은 좋았다.
마치 내가 가족들을 위해 뭔가 큰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딸아이는 그 이후에 총각김치볶음밥을 또 만들어 달라고까지 했다.
내 ‘음식수련’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두부전골과는 달리 만들기가 가장 간단한 음식이었다.
나는 기꺼이 두 번이나 더 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내친 김에 다시 귀국할 때는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사랑이여
그대가 따뜻이 보아줄 때
나는 별이다
-나해철의 시, ”시인 별“ 중에서
(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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