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어레이크는 샌버나디노 SAN BERNADINO 마운틴(높이 3,240m)에
있는 호수의 이름이다. 샌디에고에서 차로 3시간 정도의 걸린다.
LA에서는 동쪽으로 120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고지대이므로 초겨울에서 봄까지 즐길 수 있는 스키가 이곳 최고의 놀거리가 된다.
그러나 눈이 녹은 여름에서 가을까지도 이곳은 여전히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해발 2천미터에 있는 빅베어레이크에서 보트를 타거나 낚시를 하고 인근의 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아내와 단출한 캠핑을 생각했다가 엘에이에 있는 계열사 주재원 가족이
합류를 하면서 호수 인근의 캐빈을 빌리게 되었다.
호수 주변 마을에는 이런 식으로 집을 빌려주는 곳이 많다.
인앤아웃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일대 햄버거 업계의 강자이다.
주재원으로 근무하다 한국으로 돌아간 이웃들 중에 다시 맛보고 싶은 이곳 음식으로
인앤아웃의 버거를 꼽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특히 생감자를 그 자리에서 바로
튀겨내는 이곳 감자튀김은 맛의 차별성이 느껴진다. 긴 자동차 여행에 나설 때마다
아내와 나는 빠른 행동식으로 한끼쯤은 인앤아웃을 염두에 두곤한다.
최근 서울 강남에 인앤아웃 지점이 오픈 되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의외의 일이다. 확인 되지 않은 소문에 따르면 인앤아웃은 철저히
패밀리비즈니스를 하기에 모든 지점을 직점 운영한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에서도 서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전국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동안 한국에서 돈많은 분들(의 자제분들)이 한국 지점권을 따내기 위해
여러번 접촉했다가 실패를 했다는 소문도 있다. 공식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직원 채용도 백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날 빅베어레이크를
가는 중에 들린 가게의 직원을 주목해보니 눈에 띄는 열댓명의 직원 중에
흑인은 단 한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지점을 따냈다면 (직영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건)
과연 '의지의 한국인'다운 일이겠다.
인앤아웃에는 신기하게 정식 메뉴에 나와있지 않는 음식들이 몇가지 있다.
이름하여 씨크릿메뉴인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프로틴스타일 버거다.
다른 것은 일반 햄버거와 동일하지만 빵대신에 상추로 싸서 준다.
꼬불꼬불 산길을 또아리를 틀며 한참을 오른 끝에 빅베어레이크에 도착했다.
산길 주변으로 노란색 꽃이 화사했다.
캐빈에 짐을 풀고 호수 주변을 걸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필리핀계 할아버지는 솜씨가 좋은지 너댓 마리의 큼직한 메기를 그늘망에 잡아 놓고 있었다.
내가 탄성을 울리며 그물망을 들여다보자 잡긴 잡았는데 뭘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했다. 사시미가 어떻겠냐고 농담을 했더니 곁에 있던 할머니와 손녀가 기겁을 한다.
한국에선 어떻게 먹냐고 하길래 매운탕을 설명해주었다.
별로 맛있는 상상을 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샌디에고와는 다른 날씨였다.
화창한 날씨였지만 고지대라 바람은 서늘했다.
호수는 잔물결로 주름지며 부드럽게 출렁였다.
아내와 물가를 거닐며 산 아래 두고온 일상
- 작은 일들에 터무니 없이 크게 흔들렸던 감정과 생각을
물결처럼 풀어보내려고 애를 써보았다.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문태준의 시,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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