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미국

따뜻한 남쪽, 마이애미2

by 장돌뱅이. 2013. 8. 23.

키웨스트 KEY WEST 로 가기 위해 애비스 AVIS에서 차를 빌렸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빌려 반납은 다운타운으로 하는 조건이었다.

키웨스트로 가기 전 플로리다 반도 남쪽에 있는 국립공원 에버글레이즈
EVERGLADES 를 잠시 차로 둘러보고 갈까 말까 두고 고민을 했다.
텔레비전 연속극 CSI MIAMI의 도입부에 나오는, 수풀 무성한 늪지대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특이한 에어보트의 승선을 떠올리면서.

그러다 이 날의 주제인 키웨스트에만 충실하기로 하고 포기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명한 판단이었다. 에버글레이즈는 면적이 전라남도의 절반 크기였던 것이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미국 여행에서 욕심은
금물이다. 
한국적 상상의 ‘잠시’는 결코 ‘잠시’가 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키웨스트는 미국 최남단에 있는 작은 섬으로 플로리다 키 열도(FLORIDA KEYS)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섬이다. 
키 KEY는 작은 섬을 뜻한다. 플로리다 키의 수많은 섬을
40여 개의 다리로 연결하면서 미국의 1번 국도인 US-1이 이어진다. 
우리의 일정은
바다 가운데를 달리는 이 해상고속도로를 따라 마이애미에서 240킬로미터 달리는 것이다.
 

 

 번잡한 마이애미의 도로를 빠져나와 플로리다 키 중에서 가장 큰 섬인 키 라고 KEY LARGO를 
벗어나자 본격적인 해양고속도로를 달리는 맛이 났다. 
길 좌우로 작은 섬들이 보이고 바다는
푸른빛과 연초록빛을 번갈아 보여주며 펼쳐졌다.


*위 사진 :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보트상점. 플로리다키의 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라톤 MARATHON의 깔끔한 식당 FISH TALES MARKET (www.floridalobster.com)에서 아점을 먹고 다시 길을 달렸다.  

 

이내 세븐 마일 브리지 SEVEN MILE BRIDGE 와 만났다.
플로리다 키에서 가장 긴 다리로 길이가 7마일(11.2킬로미터)이다. 
그 자체가 다리의 이름이 된 것이다. 해양고속도로에서 가장 유명한 구간이기도 하다.  

 


*위 사진 : 세븐마일 브리지. 아래 사진은 야후에서 가져왔음.(사진 왼쪽이 현재 사용 중인 다리임.)

이 다리는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주연한 영화 “트루라이즈 TRUE LIES”의 마지막 부분에도 나온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내, 그리고 악당이 벌이는 사투가 이 다리 위에서 긴박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실제로 다리 위를 달리는 사람들은 사진과 같은 조망(BIRD'S EYE VIEW)를 할 수 없다.
도로벽과 차에 갖혀 위 사진과 같은 시야만 가질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끝없이 펼쳐진 멕시코만
GULF OF MEXICO(오른쪽)과 대서양(왼쪽) 사이로 역시 끝이 보이지 않도록 뻗어나가는 다리의
풍경만으로도 장관은 장관이다. 다리를 지나면 플로리다 열도의 하단부 LOWER KEY로 들어서게 된다.  

 

잠시 BAHIA HONDA STATE PARK 에 들려가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섬의 이곳저곳을 걸어보았다. 해변 가까운 바다는 푸른 형광빛이었다.  

 

심술궂게 하늘 가운데 버티고 서서 햇빛을 가로막는 검은 구름장만 아니었다면 더 아름다운
물빛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위 사진 : 검은 구름이 만든 용오름. 같이 이 광경을 본 미국인들은 WATERSPOUT 라고 했다.

섬의 한쪽 끝에서 끊어진 채 섬을 연결하던 기능을 멈춘 철교가 있었다.
1935년의 허리케인이 만든 결과라고 한다. 가공할 위력이 아닐 수 없다.  

종착지인 키웨스트는 원래(?) 스페인령이었다가 1822년 미국으로 넘어왔고 1938년 해상도로로 연결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상시 인구의 반은 주민이고 반은 여행객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위 사진 : 하늘에서 본 키웨스트(출처:야후)

우리가 제일 처음 찾은 키웨스트의 명소는 작가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가 1931년부터 8년 동안 살았던 집이다. 
2층의 건물과 작은 부속 건물에는 그가 쓰던
물품들과 수집품들이 전시 되어있었다.  

 

내가 헤밍웨이를 처음 들은 때는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국어선생님이 수업 중에
제목도 멋있게 느껴지는 “노인과 바다”를 이야기 했다. 
나는 어디선가 그 책을 구해
읽어보았다. 솔직히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았고 지루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노인의 말 한마디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다.”
헤밍웨이집 구내 기념품점에서 “THE OLD MAN AND THE SEA”를 기념품 대용으로 샀다. 
내 부실한 영어 실력으로는 짧은 시간 내에 읽을 수 없으리라 알고 있었지만 뒷부분
어딘가에 있는 그 대목을 찾아보고 싶었다.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어쩌면 84일 동안 바다를 헤매도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는 소설 속의 노인처럼 삶은 자주 힘든 시간을 던져오곤 한다. 
사라져야할 것들이 쉬이 사라지지 않고 질기게 따라붙는
진부한 나날의 반복이기도 한다. 
털어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숙명처럼······ 

그래도 바다와 같이 푸르고 밝게 빛나는 눈을 간직한 노인의 나직한 음성으로 언제나 끈질기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헤밍웨이집이 있는 화이트헤드 스트릿 WHITEHEAD ST. 남쪽 끝에 미국 국토의 최남단 SOUTHERNMOST POINT 이 있다. 
키웨스트틀 다녀간다는 ‘증명사진’을 찍는 곳이다.

나도 순서를 기다려 아내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표식의 상단에 ”THE CONCH REPUBLIC“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콩크는 이곳 특산물인 바다고둥의 이름인데 키웨스트에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인다고 한다. 
뉴질랜드 사람들을 키위라고 부르는 것처럼.

해가 저무는 시간에 맞춰 섬 서쪽 끝의 맬로리광장 MALLORY SQUARE 으로 갔다.
광장은 길거리 공연자들과 해넘이를 보러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허공에 걸친 줄을 타거나 높다란 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 동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 ,
거적을 뒤집어쓰고 숨어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나타나 행인에게 놀람과 웃음을 주는 사람까지 있었다.  

 

 

시끌벅적함 속에 해가 저물었다.
소문처럼 이날의 맬로리광장의 해넘이가 특별하지는 않았다.
구름도 별로 없는 빈 하늘을 남기고 바다 저편으로 그저 조용히 가라앉았을 뿐이다.  

맬로리광장에서 남쪽으로 뻗은 듀발 스트리트 DUVAL STREET 는 식당과 바, 카페와 기념품점이 늘어선 관광명소이다. 
해넘이를 마친 사람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어 못다한 여흥을 풀어놓는다.

우리도 인파 속에 섞여 밤이 이슥하도록 듀발 스트리트를 오르내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