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미라지호텔의 풍경들
대여섯 시간을 차를 몰아 어떤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을까? .
90년대 그룹 HOT의 팬이었던 딸아이는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울산에서
서울 잠실 경기장까지 팬클럽의 버스를 타고 가는 열정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다. 대체로 취미나 선호하는 일에 대한 나의 몰입과
열정이란 게 늘 그렇게 화끈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거나 미지근하다.
샌디에고에서 라스베가스까지는 차로 5-6간이 걸린다.
경로는 단순하다. I-15번을 타고 북으로 계속 올라가면 라스베가스와 만나게 된다.
이번 여정의 주요 목적은 "오페라의 유령" 을 관람하는 것이다. 뮤지컬 한 편을 보기
위해 편도 대여섯 시간의 운전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뮤지컬에 대한
나의 관심이 전에 없이 뜨거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땅이 드넓은 미국에서는 대여섯 시간의 운전이 한국에서처럼 국토를 종단한다는
중압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라스베가스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일박이일로,
심지어는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는 자신감(친근감?)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다.
거기에 다녀올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라스베가스의 매력이 일박이일의 여행을 부추겼다.
처음 라스베가스를 여행할 때는 그저 휘황한 불빛과 카지노의 소란스러운 기계음 등으로
도시 전체가 뿌리 없이 경박하다는 느낌뿐이었다. 여행 중 하룻밤을 쉬어가는 경유지
이상의 의미를 둘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서너 차례 경유의 횟수가 거듭되면서
아내도 나도 시나브로 라스베가스가 지닌 장점이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호텔과 맛깔스런 음식, 그리고 다양한 공연 등은 휴양지로서 라스베가스가
지닌 강점이었다. 아내 역시 처음 미국에 와서 매년 수차례 라스베가스를 다녀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부러워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숙소는 미라지 MIRAGE 호텔로 잡았다.
라스베가스에서 공연을 보려면 공연을 하는 호텔과 함께 패키지로 예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베네치아 호텔에서 한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얼마 전 숙박을 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맞은 편에 있는 미라지 호텔에 묵었다. 특별할인 가격이라 주차장뷰의
스탠다드 방이었다. 하지만 하룻밤 잠만 자는 여정이라 불만이 있을 수는 없었다.
라스베가스는 화창했다. 강한 햇살에 눈이 시릴 정도였다.
한낮의 온도가 화씨 100도 가까웠지만 한증막 같은 7-8월에 비해서는 그래도 견딜만 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위해 준비가 필요했다. 일상의 대화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나의 영어로는 노래로 부르는 영어를 알아들을 리 없기에 같은 제목과 내용의 뮤지컬 영화를
여행 전날 미리 보고 갔다. 세부적인 대화는 알아먹지 못하더라도 개략적인 이야기의 방향은
알아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느긋한 마음으로 공연 내내 배우와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역동적인 무대와 배우들의 노래가 아내와 나로서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나오니 밤이었다.
미라지 호텔 앞 도로에는 화산쇼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화산쇼는 저녁 7시 이후 한밤중까지 매 정시마다 진행된다. 아내와 내가 대열 속에 자리를 잡자
곧 쇼가 시작 되었다. 한마디로 싱거운 볼거리였다. 불기둥이 여기저기서 몇번 숫구치는 것이 전부였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시간이 맞으면 모를까 무료라도 해도 일부러 찾아와서 볼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아직까지 라스베가스 최고의 무료공연은 벨라지오 호텔에서 벌어지는 분수쇼이다.
그리고 쇼보다 화려한 볼거리는 역시 라스베가스 밤거리의 네온사인이다.
늦은 저녁식사를 미라지 호텔 안의 일식당 자뽀네이즈 JAPONAISE에서 했다.
인터넷의 찬사를 읽은 터라 기대가 높았으나 예상외로 허접한 맛이었다.
아마 서양인들과 동양인들의 입맛 차이에서 비롯된 평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내와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 중 아내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중의 하니이다.
아침에 식사를 하고 잠시 수영을 할 예정이었으나 수영장을 돌아보곤 마음을 접었다.
위 사진을 보면 수영장의 모습이 한가로워보이나 사실 사진을 찍는 주변은 아래와 같았다.
마치 열린음악회 좌석배치 같은......
호텔 내 카페에서 늦은 아침과 커피를 마시고 잠시 스롯머신을 두드리다가 체크 아웃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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