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 이동 수단의 경제 원칙은 간단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 돈으로 때우거나 시간으로 때우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시간 절약을 위해선 돈의 지출이 늘고 돈의 지출을 줄이려면 더 많은 시간이
지불된다. 버스와 비행기의 차이를 생각하면 극명해진다.
다만 버스와는 달리 비행기는 목적지를 두고 멀리 돌아갈수록 값이 싸질 때가 있다.
*위 사진 : 마이애미 공항에 걸려있던 마이애미해변 사진
샌디에고에서 플로리다 FLORIDA의 마이애미 MIAMI 를 갈 때 워싱톤 디씨
WASHINGTON DC를 경유하는 비행기는 다른 경로에 비해 가격이 낮았다.
미 대륙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간 다음 다시 남쪽으로 가는 우회 길이다.
그러나 그 경로를 잡은 이유가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차피 마이애미 직항로가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유일한 밤 비행기였기 때문이다.
월급쟁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기 마련이다. 밤을 공중에서 보내고 아침에 마이애미에 도착하면
몸은 다소 피곤하더라도 시간적으로 하루를 온전히 벌 수 있어 좋았다.
샌디에고에서 밤 10시 반경에 출발한 비행기는 5시간 가까운 비행 끝에 워싱톤 DC에 내렸다.
잠시 대기 후에 다시 2시간 반 정도를 날아 마침내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샌디에고보다 3시간을 앞서가는 시차가 있어 아침 10시가 넘어선 시각이었다.
여행을 할수록 미국의 땅덩어리가 점점 크게 느껴진다.
미국인들 중 외국여행을 한 사람은 약22% 정도라고 한다.
이는 이웃 캐나다의 66%, 영국의 73%, 독일의 77%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이다.
나는 이것이 미국인들의 외국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편협한 자국중심주의에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 와서 살면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크고 깊고 다양한 자연의 나라이다. 위도에 따라 혹은 고도에 따라 열대와 한대가 동시에 공존한다.
이질적인 문화의 체험이 아니라면 구태여 먼 곳으로 가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여행의 목적이 자연 체험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공항에서 해변으로의 이동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둔 슈퍼셔틀 SUPER SHUTTLE VAN SERVICE 을 이용했다.
젊은 흑인이 운전을 하는 밴이었다. 운전수는 영화 속 에디머피나 브루스윌리스가 주연한 다이하드1편에 나오는
운전수처럼 운전 중에 쉬지 않고 떠버리는 수다형이었다. 여행 시작에 어울리는 흥겨움이라 나쁘지 않았다.
호텔은 마이애미 비치 남쪽에 위치한 호텔 빅터 VICTOR였다.
THE SLEEK LOOK OF THE HOTEL VICTOR WAS CREATED BY THE PARISIAN
DESIGNER JACQUES GARCI AND UNUSUALLY ORGANIZED ROOMS DRAW
A SLEEK SET OF CUSTOMERS.
-가이드북 FODER'S 중-
여행안내서의 거창한 평과는 달리 호텔의 외관은 평범했고 내부의 조명과 장식은 ‘파리지앵의 세련됨’보다는 러브호텔의 느낌이 났다.
그렇지만 그런 표면적인 아쉬움보다는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변에 접한 위치가 돋보이는 호텔이었다.
더욱이 호텔 좌우로 식당과 바가 연이어 있어 마이애미 해변의 중심지라 할 만 있다.
한 마디로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이틀 동안 해변 특유의 분위기를 체험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호텔이었다.
체크인 이후 마이애미 비치에서 보낸 이틀 동안의 일과는 단순했다.
*위 사진 : 마이애미비치의 아침
아침저녁으로 해변과 해안도로를 산책했다. 마이애미 해변의 호텔과 식당 건물들은
동남아의 리조트처럼 거대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작고 수수했다. 하얀 모래 해변 뒤로
현대적 감각의 빌딩들이 줄지어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터라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대부분 1920년대 지은 건물로 아르데코 ART DECO 형식의 건물들이라 부른다.
(80년대에 복원공사가 있었다.) 아르데코는 장식 미술(ART DECORATIF)의
약자로 1920-30년대에 파리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양식이라고 한다.
건축미학적 시야를 지니지 못한 아내와 나의 눈에는 그저 부담감이 없는 모습의 건물들이었다.
낮 시간은 주로 호텔 수영장에서 보냈다. 아담한 크기의 수영장이었다.
책을 읽고 수영을 하고 낮잠을 자고 맥주와 음식을 주문하여 먹으며 보냈다.
5월 초 마이애미의 날씨는 최상이었다. 물속에 있어도 좋고 그늘에 있어도 좋았다.
건조한 샌디에고와는 다르게 적절한 습기가 공기 중에 스며있어 부드러웠다.
마침 비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던 내게 습기의 차이는 예민하게 와 닿았다.
한 여름에는 습도가 90%까지 이른다고 하고 유명한 허리케인도 자주 지나간다고 한다.
해변과 바다도 좋았다. 모래는 부드러웠고 바다물은 따뜻했다.
플로리다의 수 많은 해변에서 마이애미 비치를 최고로 꼽는데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아내는 내가 해변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상당 부분이 수많은 비키니에 있을 것이라고 내 평가의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틀 동안 오후마다 한 차례씩 비가 쏟아졌다.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번개와 천둥이 함께 하는 게릴라성 호우였다.
숙소의 사람들은 마이애미의 여름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비가 그치면 저녁이었다. 아내와 방에서 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듣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해가 기울고 어둠이 깔리면서 아예 인도에 까지 파라솔과 의자를 내다놓은 식당과 바는
색색 조명을 밝히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저마다의 이벤트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원색의 조명과 호객행위를 하는 종업원들의 모습이 태국 푸켓의 해변과 비슷했다.
*위 사진 : 오션드라이브OCEAN DRIVE와 링컨도로 LINCOLN ROAD MALL 의 밤 풍경
죠스 스톤 크랩 JOE'S STONE CRAB 은 마이애미 비치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의 하나이다( www.joesstonecrab.com ).
우리나라의 게찜처럼 집게발 부위만 쪄서 내왔다. 왜그런지 몸통은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아내는 따뜻하지 않고 차게 해서 나오는 방식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했지만 나로서는 만족할만 한 식당이었다.
우리에게 서빙을 하던 초로의 여자종업원은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4대에 걸쳐 이어온 식당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스톤 크랩은 플로리다의 특산물로 10월 중순에서 5월 중순 사이에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식당은 스톤크랩 이외에도 많은 해산물을 취급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매년 8월에서 10월 사이 10주 동안은 식당문을 완전히 닫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마이애미에선 많은 식당들이 그렇게 한다고 한다.
예약을 받지 않는다 하여 평소의 식사 시간보다 좀 앞당겨 갔다.
덕분에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식당은 이미 만원이었다.
(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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