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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워싱턴 DC 단상10(끝) - FREER GALLERY OF ART

by 장돌뱅이. 2013. 12. 6.

 


*위 사진 : 프리어 갤러리의 안팎

마지막 날 DC출발이 저녁이라 느긋하게 일어나 둘러본 곳이다. 스미소니언에 속한 박물관이다.
이곳은 찰스 프리어라는 실업가가 수집한 2만7천점의 미술공예품들을 전시한 곳이다. 


*위 사진 : 프리어 갤러리의 설립자 CHARLS LANG FREER의 초상화

물론 우리가 한번 방문하여 볼 수 있는 것은 그중 10퍼센트 미만이다.
아내와 내가 프리어갤러리가 관심을 둔 것은 방대한 동양미술 소장품 때문이다.

 


*위 사진 : 10세기 이란의 물병   

 


*위 사진 : 중국의 원형문양과 청동 조각 유물

특히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는 작지만 한국관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은 고려시대 후반기부터 조선시대 초기인 12∼16세기에 제작된 상감청자가 중심이다.
갤러리 측은 한국관의 설명을 위해 “학과 구름 CRANES AND CLOUDS”라는 팜플렛을 만들어
비치해두고 있었다. 상감(象嵌, INLAY)은 한국인만이 갖고 있던 독창적인 아름다움으로 소개되고 있다.
 

 

 

고려는 10세기 후반부터 자기를 만들기 시작하여 12세기에는 중국 송나라와 더불어 청자의 전성시대를
이루었다. 바탕흙을 자토(瓷土 철분이 적은 점토 또는 흰 돌가루인 백토)를 사용하여 만들어 이를
13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자기 PORCELAIN은 진흙으로 1200도 미만에서 구워낸
도기 POTTERY 와 구분이 된다. 10세기부터 15세기까지 자기 문화를 갖고 있던 나라는 지구상에
중국과 고려뿐이었다고 한다.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형태와 색, 그리고 무늬로 나누어진다. 고려자기는 12세기
‘천하제일’의 비색(翡色)을 만들고 형태에서도 완벽에 이르렀으나 무늬는 그러지 못했다.
고려인들은 이에 상감(象嵌)기법을 창안하였다. 상감이란 ‘새겨서 넣는다’는 뜻으로
그릇 표면에 무늬를 음각으로 파내고 그 속을 백토나 자토로 메워 표면을 반듯하게 한 다음
유약을 발라 구워 내는 것으로 중국에는 없는 고려만의 기법이다. 나전 칠기에도 사용되는 기법이다.

은은하고 세련된 비색 속에 구름과 학이 새겨진 자기.
이국에서 만나 더 반갑고 아름다웠다.

고려상감청자와 같은 우리만의 독창적이고 세계적인 유물을 볼 때마다 함께 따라오는 생각.
일테면 구텐베르그 금속활자보다 몇십 년이나 앞선다는 우리나라 직지심경과 같은, 
‘세계 최초’, ‘세계 유일’의 유물에 대해 들을 때마다 왜 그 이후에는
더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궁금함이 뒤따른다.
물론 고려청자는 분청사기로, 이조백자로 변모를 해갔다고 하지만 말이다.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단절이나 좌절의 이유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인은 내부만이 아닌 외부에 있을 수도 있고
내외부에 함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이웃 한국인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갈 때 집집마다 그릇이 거의 똑같은
것이 신기했다. 알고 보니 유럽 어느 나라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비싸다는 이유로
주부들이 한두 세트씩 장만하는 것이 유행 같이 퍼져있는 모양이었다.
미국 주재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물론 우리 집 그릇도 똑같아졌다.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중국산은 다들 꺼려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천하 비색이나 세계 유일의 상감 기법을 창조한 ‘원조’에 대한 푸대접이 말이 아니다.
일상에서 멀어져버린 '세계 최초'와 '세계 유일'......
성공과 함께 실패와 단절의 역사가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요즈음 미국생활의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기왕에 주어진 기회이니 여행에도 게으르지 않겠다고 나름 부지런을 떨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는 여전히 가볼 곳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땅은 넓고 갈 곳은 많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제까지의 여행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공항 라운지에서 이번 DC행이 미국에서 하는 마지막 여행이 아닐까 아내와 이야기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20년 쯤 해묵은 꿈인 남미 페루의 마추피추 여행은 아쉽지만 
언제인지 모를 앞날로 다시 미루기로 했다.
그러다가 어느 사이 누군가 모르게 양키즈와 레드삭스의 게임을 보기 위해서라도
보스톤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을 꺼내 놓곤 서로 웃었다.

(2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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