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이하 NGA)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동관은 현대미술과 특별전시공간이라 우리는 13세기 이후의 서양 회화와 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서관만을 돌아보기로 했다.
서관 중에서도 19세기 인상파들의 작품 전시실에 비중을 두었다.
어차피 하루 이틀 만에 약 12만 점에 달한다는 소장품을 다 둘러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안내서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제네브라 GENEVRA DE' BENCH의
초상을 (아래 그림)이 박물관 최대 볼거리 중의 하나로 소개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앞둔 여인이라고 한다.
수심이 가득한 멍한 여인의 표정에서 연인과 헤어져야 하는 애잔함이 느껴진다.
미소만 있다면 그의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를 닮았기도 했다.
유럽 밖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다빈치의 그림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아내와 내게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무게감과 희소성만큼 감동이 있었던 그림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의 청년을 그린 보티첼리 SANDRO BOTTICELLI의 그림이(아래) 더 산뜻해서 좋았다.
헤드폰만 끼고 있으면 요즈음 청년이라고 해도 좋을 그림 속의 청년에게선
시대를 초월한 청년만의 풋풋함과 발랄함이 풍겼다.
많은 전시실에 걸려있는 르네상스 전후의 종교화들은 아내와 내게 좀 지루했다.
그중 라파엘로 RAPHAEL의 유명한 THE ALBA MADONNA는(아래 그림) 종교적 의미를 떠나 색감과 내용이 따뜻해 보여 좋았다.
드디어 19세기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 특히 모네의 작품을 대하면서 아내는 “그래! 역시!”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도 아내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성스러움을 강조하는 고답적인 그림들의 무게감에서 벗어나 화가 자신의 감각을 스쳐 간 빛과 색채의 변화를
잡아낸 그림들에선 아름다움 이전에 숨이 트일 것 같은 자유로움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모네의 그림. 위로부터 "BANK OF THE SEINE, VETHEUIL", "THE BRIDGE AT ARGENTEIL",
"THE HOUSE OF PARLIAMENT, SUNSET"
인상파 화가들이 출현했을 때, 기존의 화단에서는 그들의 그림을 보며 ‘정신병자들이 길바닥에서
돌멩이를 주워모아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혹평을 했다.
개미 다리의 솜털까지 그릴수록 더 좋은 그림이라고 믿었던, '형태 우위'의 오랜 고정관념 탓이리라.
*고흐의 그림. 위로부터 "SELF-PORTRAIT", "ROSES"
새로운 예술가들은 기성세대와의 치열한 투쟁 속에서 점차 대중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완벽한 승리를 이루었다.
마침내 개성과 개인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 현대 미술이, 그리고 현대라는 시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세잔의 그림. 위로부터 "BOY IN A RED WAISTCOAT", "STILL LIFE WITH APPLES AND PEACHES"
개별 작품에 대한 평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르누아르의 그림. 위로부터 "A GIRL WITH A WATERING CAN", "PONT NEUF, PARIS"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그림보다 그림을 보는 시간을 좋아하는 수준이다.
아내와 함께 미술관을 도는 시간엔 한가로움과 고요함이 같은 말이 된다.
어느 해 봄이던가, 영주 부석사 안악루 계단에서 맞은 저녁 예불, 어스름 속으로 오랜 여운을 남기며 스며들던 종소리에
나의 모든 근육이 나른하게 풀어져 내렸던 그 느낌을 아내와 미술관을 거닐다 보면 다시 느끼곤 한다.
NGA에서 만난 그림 몇 점을 더 첨부한다.
우리나라완 달리 대부분의 미국박물관들은 플래시만 쓰지 않으면 사진 촬영을 허락해준다.
*램브란트, "SELF-PORTRAIT"
*피사로, "THE ARTIST'S GARDEN AT ERAGNY"
*고갱, "DELECTABLE WATERS"
*드가, "BEFORE THE BALLET"
*모딜리아니, "NUDE ON A BLUE CU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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