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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삼3

꽃바구니 꽃 싱싱할 땐 꽃바구니 꽃 시들면 쓰레기바구니 - 권오삼, 「꽃바구니」- 선물로 받은 꽃바구니. 절정의 꽃바구니는 집안 어디에 놓아도 중심이 된다. 조화로운 색깔에 언뜻언뜻 스치는 은은한 향기도 감미롭다. 하지만 문제는 화무십일홍. 시들면서 애물건지가 되어간다. 만개의 시간을 연장시키기 위해 아내는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지만 크게 효과를 얻지 못한다. 시든 꽃에 '청춘예찬' 이후 사람들의 생이 압축해서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꽃을 좋아하지만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싱싱할 때를 그림으로 그리게 되었다는 동호회원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꽃바구니 선물 대신 차라리 커피쿠폰이 실용적이겠다." 종량재봉투에 말라버린 꽃을 비틀어 넣으며 투덜거려보지만 한 때 집안을 온통 화사하게 만들었던 꽃의 존재감을 .. 2022. 12. 21.
한글날 그저께는 엄마와 함께 그릇 사러 시장에 갔는데 그릇 판다는 가게는 없고 주방용품 판다는 가게만 보여서 못 사고 그냥 왔다 어제는 내 옷 사러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 갔는데 어린이 옷 판다는 곳은 없고 아동복 판다는 곳만 있어서 못 사고 그냥 왔다 요새는 그릇 사려면 주방용품점에 가야 하고 어린이 옷은 아동복점에 가야 한다는 걸 엄마도 나도 깜빡했다 멍청하게도! 그래서 그만 그렇게 되었다 엄마와 난 이렇게 멍청하다 - 권오삼, 「멍청하게도」- 아침에 텔레비전을 켜니 화면 상단에 평소와는 다른 글자가 보였다. EBS가 아니고 "교육방송"으로, KBS는 "한국방송", MBC는 "문화방송"으로 되어 있었다. SBS는 그대로였다. 한글날이니 하루라도 그렇게 써본다는 의도일까? 글쎄······ '하루만이라도'가 어떤.. 2022. 10. 9.
펑펑펑 ― 딩동 "누구세요?" "1월인데요." "······." ― 딩동 "누구세요?" "2월인데요." "······." ― 딩동 "누구세요?" "3월인데요." "네, 나가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권오삼, 「새싹」- 봄꽃이 절정이다. 강변, 공원, 아파트 화단, 버스정류장 나무마다 화사하게 꽃이 피어난다. 위 시에 덧붙여 본다. ― 딩동 "누구세요?" "4월인데요." "네, 벌써 다 나갔어요. 밖을 보세요. 여기저기 펑펑펑 환호성을 터트리고 있잖아요." 2022.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