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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꽃바구니

by 장돌뱅이. 2022. 12. 21.


싱싱할 땐
꽃바구니


시들면
쓰레기바구니

- 권오삼, 「꽃바구니」-

선물로 받은 꽃바구니. 절정의 꽃바구니는 집안 어디에 놓아도 중심이 된다.
조화로운 색깔에 언뜻언뜻 스치는 은은한 향기도 감미롭다.

하지만 문제는 화무십일홍. 시들면서 애물건지가 되어간다. 
만개의 시간을 연장시키기 위해 아내는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지만 크게 효과를 얻지 못한다.
시든 꽃에 '청춘예찬' 이후 사람들의 생이 압축해서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꽃을 좋아하지만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싱싱할 때를 그림으로 그리게 되었다는 동호회원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꽃바구니 선물 대신 차라리 커피쿠폰이 실용적이겠다."
종량재봉투에 말라버린 꽃을 비틀어 넣으며 투덜거려보지만  한 때 집안을 온통 화사하게 만들었던 꽃의 존재감을 까짓  커피 몇 잔 값이 내장된 플라스틱 쪼가리에 비기겠는가. 세상일을 실용성으로만 기준한다면 너무 삭막해지지 않겠는가. 꽃대신 커피쿠폰을 전하며 고백하는 사랑을 들어줄 연인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실용은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
코로나격리도 끝났으니 고생한 아내를 위해 시든 꽃이 나간 빈자리에 새로운 꽃을 놓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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