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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11

내가 읽은 쉬운 시 42 - 도종환의「책꽂이를 치우며」 미국 주재를 마치고 돌아와 집 정리를 하면서 책이 걸렸다. 책은 젊은 시절부터 나를 비춰본 거울이고 살아온 흔적이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수집이고 집착이고 욕심의 증거 같아 부담스러워지던 까닭이었다. 만나는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필요한 곳을 찾아 기증을 하였다. 과감히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리기도 하였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으면서도 막상 책을 떠나 보낼 땐 미련이 남아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드러나는 벽면과 여유로워지는 책장을 보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드러내야할 벽면은 넓고 이별을 해야할 책들은 많다. 당분간 새책 사는 걸 더디게 하고 감명 깊었던 옛책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미래는 과거에서 오듯 삶의 지혜는 새책과 옛책에서 동일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 2016. 2. 21.
꽃은 다시 핀다 아내와 국토를 여행할 적에 찍은 꽃 사진 몇 장. 시인은 "꽃은 다시 핀다"고 했다. 어디 꽃뿐이랴. 우리가 사는 이 너절한 세상에 아직 꽃을 닮은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견딜만하다.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 2014.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