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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42 - 도종환의「책꽂이를 치우며」

by 장돌뱅이. 2016. 2. 21.


미국 주재를 마치고 돌아와 집 정리를 하면서 책이 걸렸다.
책은 젊은 시절부터 나를 비춰본 거울이고 살아온 흔적이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수집이고 집착이고 욕심의 증거 같아 부담스러워지던 까닭이었다.

만나는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필요한 곳을 찾아 기증을 하였다.
과감히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리기도 하였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으면서도 막상 책을 떠나 보낼 땐 미련이 남아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드러나는 벽면과 여유로워지는 책장을  보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드러내야할 벽면은 넓고 이별을 해야할 책들은 많다.  
당분간 새책 사는 걸 더디게 하고 감명 깊었던 옛책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미래는 과거에서 오듯 삶의 지혜는 새책과 옛책에서 동일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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