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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39 - 이상국의 「매화 생각」

by 장돌뱅이. 2016. 2. 4.


입춘.
봄에 한 발을 들여놓은 날.
점심시간에 지인과 함께 덕수궁 주변을 걸었다.

갑자기 푸근해진 날씨외에 봄의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화사한 꽃들로 채워질 고궁의 빈자리는 
이제 지난 겨울이 되어버린 어제처럼 허전하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지인은 벌써 남쪽 섬진강변의 매화와 산수유를 이야기 했다.

올 것이 오는
와야할 것이 오는
혹은 올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는


그리고 희망.


   겨우내 그는 해바라기하는
   달동네 아이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담장을 기어오르다 멈춰선 담쟁이의
   시뻘건 손을 생각했던 것이다

   붕어빵을 사들고 얼어붙은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 아버지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냥 있어선 안된다고, 누군가 먼저 가
   봄이 오는 걸 알려야 한다고

   어느 날 눈길을 뚫고 달려왔던 것이다
   그 생각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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