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숙회4 한 술만 더 먹어보자 32 동네 재래시장 아내의 단골 어물전에서 산 오징어는 싱싱했다.크기도 튼실해서 숙회나 잡채, 볶음 등을 하기에 알맞았다.해물잡채오징어를 사러 간 이유는 딸아이의 생일 상차림으로 해물잡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오징어, 새우, 표고버섯, 피망, 파프리카 따위가 들어간 해물잡채를 만드는 법은 앞선 글(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7)에 있다. 아내는 미역국과 전 등 나머지를 맡았다.출산예정일이 가까워지자 어머니께서 서울에서 내려오셨다. 당시 나는 지방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딸아이는 세상에 나올 기미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아직'이라고 했다. 그동안 퇴근 후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비상대기를 하던 나는 일주일 째 되는 날 저녁에 회사일로 손님과 어쩔 수 없는 저녁 자리를 가졌다. (아내는 회사일이 아.. 2025. 3. 14.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7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외식이 줄었다. 집에서 만들기 힘든 음식 - 일테면 순대(돼지)국밥이라던가, 초밥(이것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백수가 있긴 하지만), 평양냉면이나 곰탕 같은 몇몇 가지-을 제외하면 될 수 있는 대로 집에서 먹는다.백수라 주머니 깊이가 얕아진 이유가 제일 크겠지만, 어떤 어색한 격식이나 긴장감이 없는, 다른 속마음이 있을 리 없는 집밥에는 '허리띠 끌러 놓고 먹는' 편안함이 있어 좋다. 음식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짜다, 싱겁다, 맵다, 질다, 달다, 되다, 덜 익었다, 너무 익었다, 무르다, 퍼졌다, 크다, 작다, 기름지다, 담백하다, 은근하다, 구수하다, 딱딱하다' 따위의 소소한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밥 한 그릇쯤은 쉽게 비워진다. 김애란의 소설에서는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2024. 7. 22. 문어 선생님과 문어 요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은 감독이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해안에서 만난 문어를 찍은 다큐멘터리이다. 일에 지친 감독은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바다를 찾았다가 우연히 한 마리의 문어를 보게 된다. 처음엔 단순히 문어의 특이한 모습과 행동이 감독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점차 호기심이 문어의 생활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넓어지면서 감독은 문어를 만나기 위해 매일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문어 역시 인간의 접근을 인지하고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경계를 늦추고 친근감 있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먹이 사슬이란 자연의 엄정한 규칙 속에서 문어는 생존을 위해 먹잇감을 사냥하고, 동시에 상어와 같은 상위 포식자들의 공격을 받으며 생을 영위해 나간다. 감독은 문어와 서로를 만질 수 있는 정도로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지만 문.. 2021. 9. 9. 잘 먹고 잘 살자 58 - 장마철 집밥 서울엔 별로 비가 오지 않는 장마다. 태풍까지도 남해안만 흔들었을 뿐이다. 다행이지만 장마가 끝나고 나면 혹 가뭄 걱정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래도 조금씩 내렸던 비 덕분인지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다. 두터운 구름과 바람까지 있어 아직까진 선선하고 쾌적한 여름이다. 매미소리가 맹렬해지기 시작하였으니 곧 열대야도 밀려오겠지만. 일주일에 세 번씩 가던 노노스쿨이 방학이다. 덕분에 아내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학기 동안에 배운 음식 중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복습겸 만들어 보았다. 거기에 책과 인터넷에서 찾아내 아내의 '재가(裁可)'를 얻은 음식도 더했다. 아내의 품평을 받으며 음식을 나누는 식탁이 어릴 적 여름날 멍석 위의 저녁 식사처럼 오붓하다. 삶에 더 무엇을 욕심내랴. 아내의 아픈 한 쪽 팔이.. 2019. 7.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