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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나물3

대보름 쇠기 지신밟기의 흥겨운 풍물 가락, 달집 태우기,연의 줄을 끊어 액운과 함께 날려보내기, 이웃마을과 돌싸움, 더위팔기, 아홉가지 나물을 아홉 번 먹기, 부럼 같은 다채로운 행사와 놀이, 이야기가 대보름이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은 못으로 깡통에 많은 구멍을 뚫어 불을 피워 돌리는 쥐불놀이였다. 일 년 중 유일하게 허락받은 보름 전날인 상자일(上子日) 저녁의 불장난. 이제 풍물은 아파트에서 사라졌고, 달집 태우기나 쥐불놀이는 텔레비전 뉴스에서나 만나게 된다. 더위팔기는 시시해졌다. 아침에 잠에서 깬 손자친구 1호에게 내 더위를 팔 수 없어 이름을 부르고 '니 더위 나한테 줘라' 했더니 무슨 장난인가 싶어 멍한 표정을 짓는다. 내력을 설명해 줘도 별 재미없다는 무관심의 표정을 지었다. 설날에서 보.. 2024. 2. 25.
'하산'허락 보름날. 아내와 나는 부럼을 빼놓지 않는다. 그냥 재미다. 언젠가 가족과 외국여행 중에 보름날이어서 부럼을 산다는 핑계로 계획에 없던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닌 적도 있다. 구하기 어려웠다. 날밤이나 호두 등은 백화점은 물론 시장에도 없었다. 껍질을 까서 볶은 땅콩은 흔했지만 껍질채 볶은 땅콩은 찾기 힘들었다. 우연히 껍질과 함께 찐 땅콩을 파는 노점상을 만날 수 있었다. 딸아이와 아내와 함께 누가 묻지도 않는데 어쨌든 껍질을 깨물어 깠으니 부럼으로 효험(?)이 있다고 우기며 먹었다. 올해는 간단히 땅콩만 샀다. 내가 부엌일을 맡은 지 몇 년 되지만 두 가지는 아직 아내의 영역이다. 하나는 부엌살림의 끝판왕이라 할 (김장) 김치 담그기이고, 다른 하나는 보름나물이다. 김장이야 아직 제대로 감당할 내공이 쌓이.. 2023. 2. 6.
인생은 이벤트 학창 시절 늘 유쾌함이 가득했던 딸아이가 '인생은 이벤트'라고 한 적이 있다. 특별함은 특별하게 만들어야 생긴다는 뜻이었다. ( *이전 글 : https://jangdolbange.tistory.com/169 ) 아내는 며칠 전부터 보름 준비를 했다. 오곡밥에 들어갈 재료와 말린 나물을 체크하고 부족한 것은 장을 봤다. 어제는 팥, 수수, 차조, 찹쌀, 검은콩이 들어간 오곡밥과 고사리, 가지, 호박오가리, 도라지, 토란대, 취나물, 무나물, 곤드레나물, 콩나물의 아홉 가지나물을 만들며 보냈다. 보통 때는 내가 부엌일을 담당하지만 명절 음식은 아직까진 아내가 맡아서 한다. 옛 음식들은 준비에서부터 복잡하고 조리 과정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옛말에 말린 채소를 보름에 삶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 2021.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