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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3

경상도의 절 삼국유사에 따르면 서라벌에는 '절이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이 기러기 행렬처럼 늘어서 있었다(寺寺星張 塔塔雁行)'. 어디 서라벌 뿐이랴. 삼국시대이래 전 국토가 그렇게 변모해 온 것은 아닐까? 심오한 교리를 이해할 능력이 없는 내게 불교는 하심(下心)이다. 하심은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라고 한다. 영암사 들머리 신령스런 기운이 돈다는 육백 년 넘은 느티나무 밑에서 아내한테 말했습니다 "여보, 이렇게 큰 나무 앞에 서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져요"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나는 일 년도 안 된 작은 나무 앞에 서 있어도 저절로 머리가 숙여져요" -서정홍의 「아내는 언제나 한 수 위」- * https://youtu.be/etmQzVpTuMs 2020. 7. 27.
일박이일 경북 안동 경북 안동에서 모임이 있었다. 매년 연말 정기적으로 만나는 대학 친구들의 2013년 모임이 나의 거듭된 귀국 지연으로 해가 바뀌어 장마철이 되어서야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최근에 안동으로 발령을 받은 친구가 있어 장소가 그리로 정해졌다. 아침에 동서울 터미널에서 안동행 버스에 올랐다. 대략 세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예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국토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새로운 도로가 생겨난 덕분이겠다.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 2명과 천등산에 올랐다. 유행가 “울고넘는 박달재”에 나오는 천둥산이 아니라 안동의 유명한 절, 봉정사를 품고 있는 천등산(天燈山)이다. 천등산은 해발 574미터로 아담한 규모의 육산이다. 봉정사에서 샘터와 관음굴을 거쳐 정상을 돌아오는데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하산길에 개.. 2014. 6. 29.
지난 국토여행기 15 - "어제의 햇볕으로 오늘이 익는" 안동 “안동을 제대로 보려면 얼마동안 보아야 할까?” 차로 이동하는 도중 아내가 물었다. 흔히 경주나 캄보디아의 앙코르왓 등 역사적 깊이나 물리적 규모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유적지를 여행할 때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다. 아내에게 안동도 그런 곳인가 보았다. 안동은 경주보다 지정된 문화재가 많은 곳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 질문은 대개 대답을 구하려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제대로 돌아보기에 안동이 너무 크고 넓다는 감탄사라거나 푸념이라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언젠가 캄보디아 여행기를 쓰면서 나는 한 소설가의 글을 인용한 적이 있다. 아내의 질문이나 감탄 혹은 푸념에 나는 그 글을 다시 상기 시켰다. 하루에 볼 수도 있고 한 달 동안 볼 수도 있다고. 천년의 시간이란 그런 것이라고. 때로는 무의미하고 때로는 .. 2013.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