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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일박이일 경북 안동

by 장돌뱅이. 2014. 6. 29.

경북 안동에서 모임이 있었다.
매년 연말 정기적으로 만나는 대학 친구들의 2013년 모임이
나의 거듭된 귀국 지연으로 해가 바뀌어 장마철이 되어서야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최근에 안동으로 발령을 받은 친구가 있어 장소가 그리로 정해졌다.

아침에 동서울 터미널에서 안동행 버스에 올랐다.
대략 세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예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국토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새로운 도로가 생겨난 덕분이겠다.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 2명과 천등산에 올랐다.
유행가 “울고넘는 박달재”에 나오는 천둥산이 아니라
안동의 유명한 절, 봉정사를 품고 있는 천등산(天燈山)이다.

천등산은 해발 574미터로 아담한 규모의 육산이다.
봉정사에서 샘터와 관음굴을 거쳐 정상을 돌아오는데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하산길에 개목사(開目寺)라는 작은 절을 지났다.
원래 이름은 천등사(天燈寺) 였으나 1457년 안동군수가 절의 이름을 바꾸면
안동에 장님이 안 생길 것이라며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신라 때 의상이 지었다고 하는 개목사는 내력만큼 오래된 맛은 풍기지 않았다.
하지만 낮은 담장 속의 전각과 요사채가 한적하고 고즈넉해 보였다.
시간만 있다면 오래 해찰을 부리고 싶은 분위기의 절이었다.

산 아래 출발점 가까이 봉정사가 있었다. 이번엔 절까지 가보지 못했다.
봉정사를 뺀 천등산 산행은 속 빈 강정일 수 있겠으나
늦게 도착하는 친구들과의 약속시간에 맞추느라 부득불 일주문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국 근무를 떠나기 전인 2007년 여름 아내와 나는 봉정사를 다녀간 적이 있다.
아래 사진 4장은 그때 찍은 것이다.
봉정사의 강당이자 출입구인 덕휘루(德輝樓) 앞쪽에서 보면 2층의 형태를 띄고 있다.
2층의 누각 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극락전)이 봉정사에 있는 것도 기억해 줄만 하다.

봉정사를 일별하지 못하고 내려가는 일주문 근처의 길가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꽃대님' 같은 꽃뱀 한 마리를 보았다.

저녁 식사는 안동시 옥동에 있는 식당 "우향"에서 했다.
친구의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친구의 말마따나 한우를 특산물로 내세우지 않는 지자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고기맛이 나쁘지 않으면 그런 세태를 꼬집을 이유는 없겠다.
우향의 한우는 내세울만한 맛이었다. 처음 맛 본 한우물회도 그랬다.

석쇠에 지글거리며 익는 안주와 주고받는 술잔.
시인은 자신을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우리를 키운 것의 팔할이 술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옛 친구들을 만나면 술은 여전히 우리를 키우고(?) 있음을 확인한다.

숙소로 돌아와 밤 늦게까지 우리들만의(?) 전통놀이를 했다.
놀이 관련하여 기억해 둘 만한 일이 두 가지 있었다. 

대전에서 온 '학구파' 친구가 숱한 고심으로 매번 시간 '겐세이'를 한 끝에
프로야구 투수의 퍼펙트게임에 견줄만한 "노카 노프렌드의 런"을 기록했다는 사실과
서울에서 온 '타짜' 친구가 막판까지 '조커'를 들고 '어찌합니까를' 외치는
기념비적인 치매성 '닭플레이'를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전문용어' 사용에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은
그냥 친구들끼리 즐겁게 놀았구나 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  

뒷날 아침 중앙신시장 안에 있는 옥햐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안동에선 꽤 유명한 곳이라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거지와 선지 그리고 살코기가 들어있는 구수하고 얼큰한 맛의 해장국이었다.

'장을 풀어준다'는 뜻의 해장(解腸)은 원래 해정(解酲)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정(酲)은 술때문에 생긴 병이니 해장국은 술병을 풀어주는 국이겠다.
숙취를 풀고 우리는 다시 서울로, 대전으로 ,전라도 광주로 각자의 일상을 찾아 헤어졌다.
늦가을쯤에 다시 만나기로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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