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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3

안녕 2024! 창문을 열고/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볼 때의/그 순결한 설렘으로/사랑아/새해 아침에도/나는 제일 먼저/네가 보고 싶다/늘 함께 있으면서도/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네가 보고 싶다/새해에도 너와 함께/긴 여행을 떠나고/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내가 어둠이어도/빛으로 오는 사랑아/말은 필요 없어/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겨울에도 돋아나는/내 가슴속 푸른 잔디 위에/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네가 앉아 웃고 있다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세상에 너 없이는/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네 안에서 접힐 때/나의 새해는 비로소/색동의 설빔을 차려입는다/내 묵은 날들의 슬픔도/새 연두저고리에/자줏빛 끝동을 단다/아름다운 사랑아 - 이해인,.. 2024. 1. 1.
안녕 2023! 어제저녁,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틀어놓고 아내와 송년회를 했습니다. 소란스러운 집회를 끝내고 온 뒤라 그런지 음악은 잔잔했고 고요는 한층 깊었습니다. 상 위에는 딸아이가 보내준 과메기와 와인을 올렸습니다. 우리가 사진을 찍어 자랑과 고마움을 보내자 딸아이는 손자저하들과 '곰돌이 소떡소떡'으로 송년회를 한다고 맞자랑을 해왔습니다. 아내와 저는 저희와 딸아이네 가족에 평온함의 축복을 내려준 그분께 오래간만에 감사를 올렸습니다. 한 해의 보내는 마지막 시간엔 늘 그렇게 조금 겸손해지고 착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12월의 진짜 마지막 날입니다. 일 년 중 가장 오래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는 날입니다. 이해인 님의 시를 찬찬히 읽으며 슬며시 숟가락 하나 얹는 반성과 다짐을 해봅니다.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한.. 2023. 12. 31.
나의 삶을 떠받쳐 준 *클림트 「키스」(1907∼1908) 아내가 대장 내시경 검사 도중 조직검사를 받았다. 용종 몇 개라면 우리 나이에 흔해서 대수롭지 않지만 조직검사는 뭔가 심각한 상태를 상상하게 했다. 농담을 하고 산책을 하고 손자를 보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속으로 혹시나? 하는 불길함이 불쑥불쑥 찾아들었다. "조직검사 했다고 다 암인가? 나도 두 번이나 했잖아?" 나의 경험과 말로 묵직한 분위기가 말끔하게 가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 일 없을 것이라 자꾸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걱정을 강조하는 꼴이 될까 해서 가급적 다른 이야기를 했다. 영화를 보고 손흥민의 원더골도 봤다. 겉으로는 태연했어도 어쩔 수 없이 기도할 땐 더 절실한 마음이 되었다. 드디어 오늘! 의사와 마주 앉았다. 긴장하는 순간, '조직검사 결과 .. 2020.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