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4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대길 건양다경······."아픈 일들이 많았던 겨울이었으므로 입춘축을 붙이며 기도처럼 읊조려 본다.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손자는 개구지게 아파트 응달의 눈을 밟고 걸었다.'그래 꼭꼭 밟아라. 올 겨울 마지막 남은 눈일 테니.'날마다 산책 하는 호수에 잡힌 살얼음과 그 위에 남은 잔설도 곧 녹아 사라지리라.낯익은 산길 가다 찾는다.달래, 며칠 전 바로 이 풀섶에 있었는데찾을 수 없다.누가 이 길을 지나갔나보다.잘 보면 바로 그 자리에 있다.뜯겨나간 허리에서 촉을 내어비이슬에 멱을 감아 더 싱싱하게새벽 햇살에 얼굴 닦아 더 싱싱하게주위 풀들이 자라면서 너를 에워감싸안고 숨겨주고 있다.이대로 너는,일년이라 열두 달을 하루도 없이찬비 바람 뜨거운 해 서늘한 달을 받아들.. 2025. 2. 4. 입춘과 입춘 음식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포근해서 이미 봄이 시작된 것 같다. 머지않아 봄은 "느긋하지도 않고 바쁘지도 않은 걸음걸이로 (步復無徐亦無忙) 동서남북 어디나 두루 봄빛 (東西南北遍春光)"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입춘첩을 붙이기에 아파트 구조는 옹색하다. 붙일 장소가 마땅치 않고 붙여도 썩 '폼'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따스한 기운'이 솟아 많은 '경사'와 '행운'이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정성껏 붙여 보았다. 입춘축은 다음 절기인 우수 전날 뗀다고 하지만 아내와 난 싫증이 날 때까지 붙여둘 생각이다. 동지 팥죽처럼 입춘에 특별히 먹는 음식이 있을까? 알아보니 있었다. 자극성 있는 오신채(五辛菜)를 먹는다고 한다. 파·마늘·달래·부추·무릇·미나리·자총이·평지 같은 채소 중 다섯 .. 2024. 2. 5. 입춘 무렵 바람 잔 날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한 방울두 방울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추녀 물을 세어본다한 방울또 한 방울천원짜리 한 장 없이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흘러가는 물방울에봄이 잦아들었다.- 박형진, 「입춘 단상」-손자 친구와 나눈 수수께끼."더울수록 옷을 많이 입고 추우면 옷을 벗는 것은?""나무!" 강추위와 바늘끝 바람에 나무들이 옷을 벗고 맨몸으로 서있다. 온갖 장식을 털어버리고 오직 명징한 정신의 고갱이로만 겨울을 견디겠다는 의지를 보는 것 같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지만 입춘이 지났으니 머지않아 가지마다 다시 연두색 새싹이 돋고 꽃은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어둠과 추위에 함몰될 때 우리는 패배주의에 갇히기 쉽고, 밝음과 따뜻함에만 끌릴 때 쾌락주의에 빠지기 쉽다.입춘은 겨울 다음의 봄을 순차적.. 2022. 2. 6. 내가 읽은 쉬운 시 39 - 이상국의 「매화 생각」 입춘. 봄에 한 발을 들여놓은 날. 점심시간에 지인과 함께 덕수궁 주변을 걸었다. 갑자기 푸근해진 날씨외에 봄의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화사한 꽃들로 채워질 고궁의 빈자리는 이제 지난 겨울이 되어버린 어제처럼 허전하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지인은 벌써 남쪽 섬진강변의 매화와 산수유를 이야기 했다. 올 것이 오는 와야할 것이 오는 혹은 올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는 봄 그리고 희망. 겨우내 그는 해바라기하는 달동네 아이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담장을 기어오르다 멈춰선 담쟁이의 시뻘건 손을 생각했던 것이다 붕어빵을 사들고 얼어붙은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 아버지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냥 있어선 안된다고, 누군가 먼저 가 봄이 오는 걸 알려야 한다고 어느 날 눈길을 뚫고 달려왔던 것이다 그 생각만.. 2016. 2.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