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3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5 20년 전에 헤어진 딸을 찾는 어머니의 절절한 사연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어머니는 딸을 찾으면 무엇보다 따뜻한 밥 한 끼를 손수 지어 먹이고 싶다고 했다. 그 '따뜻한 밥 한 끼'는 헤어진 긴 세월 동안 쌓인 아픔과 회한이며 간절한 그리움과 소망인 동시에 그것을 녹여낼 수 있는 해원의 상징일 것이다.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족과 나누는 따뜻한 밥!상상만으로 우선 마음부터 따뜻해져 온다. 밥 그릇을 가만히 움켜쥘 때 전해오는 살가운 온기에 삶의 긴장과 고단함이 잠시 누그러질 수도 있으리라. 집밥엔 요즘 넷플릭스에서 인기 있는 >의 화려한 상품 음식으론 담아내기 힘든 '무엇'이 있다.1. 단호박죽- 단호박 1개를 20분 정도 푹 삶아서 씨와 껍질을 제거한다.- 삶은 호박과 공깃밥 1개, 그리고 물 600m.. 2024. 10. 7. 오래 눈부신 할아버지로서 나는 손자들과 객관적이고 공명정대한 논리로 만나고 싶지 않다.손자저하들의 언행에 매몰될 뿐인 나는 늘 '편파 100%'다. 아래 글이나 사진에서 혹 오골거림을 느끼는 사람은 손자가 없는 사람일 거라고 확신한다.하교길 기다림 끝에 드디어 멀리서 손자저하가 나타난다. 걸어나오던 손자저하는 어느 순간 뒤로 돌아서서 걷기 시작한다.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는 표시다.아마 앞쪽 얼굴은 웃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뒷모습도 나는 좋다.체스와 장기를 둘 때 우리 둘 사이에는 암묵적 원칙이 있다.나는 일수불퇴, 손자저하는 10수 '가퇴(可退)'이다.매번 승리하는 손자저하의 의기양양은 그 보상이다. 골을 넣어 좋은 날저하의 장래 희망은 축구선수다.(코치에게 칭찬을 받은 날이다.)어떤 날은 이렇.. 2024. 6. 21. 힘들어 좋은, 좋아서 힘든 날들 저하들은 어떤 환경, 순간, 물건도 장난(감)이나 이야기로 만든다. 모든 어린이가 지닌 재능일 것이다. 바람 불고 비 오는 하굣길에서 우연히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졌다. 저하는 놀람과 동시에 깔깔거리더니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산을 바람에 맞서 쳐들어 뒤집어지는 것을 즐기다가 결국 우산이 망가지고 말았다. 비에 젖은 옷은 덤이었다. 검은 말을 쥔 저하, 흰 말은 나. 흰색의 킹 하나만 남아 더 이상 게임 진행이 무의미한데도 옴짝달싹 못하는 체크메이트까지 계속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젠가부터 저하는 사진에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얼마전 국기원에서 딴 품띠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장소에 상관없이 과감한 포즈를 취해준다. 이소룡을 능가하는 얼굴 표정도 인상적이다. 미국으로 출장간 아빠가 돌아오면 들려.. 2024. 3.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