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하들은 어떤 환경, 순간, 물건도 장난(감)이나 이야기로 만든다.
모든 어린이가 지닌 재능일 것이다.
바람 불고 비 오는 하굣길에서 우연히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졌다. 저하는 놀람과 동시에 깔깔거리더니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산을 바람에 맞서 쳐들어 뒤집어지는 것을 즐기다가 결국 우산이 망가지고 말았다. 비에 젖은 옷은 덤이었다.
검은 말을 쥔 저하, 흰 말은 나. 흰색의 킹 하나만 남아 더 이상 게임 진행이 무의미한데도 옴짝달싹 못하는 체크메이트까지 계속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젠가부터 저하는 사진에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얼마전 국기원에서 딴 품띠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장소에 상관없이 과감한 포즈를 취해준다.
이소룡을 능가하는 얼굴 표정도 인상적이다.
미국으로 출장간 아빠가 돌아오면 들려주기 위해 포스터의 "스와니 강"을 열심히 연습도 한다.
옆에서 나는 그 노래를 처음 배우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따라 부른다.
둘째 저하는 차 고치는 걸 좋아한다.
로보카 폴리에 나오는 진이 누나 역할이다.
그 때문에 경찰차나 소방차는 출동 중에 자꾸 타이어가 펑크가 나야 한다
경찰차 모듬.
우리집 방범은 완벽하다.
방마다 순찰도 자주 돈다.
도둑이 숨어 있을까 침대보 밑까지 철저히 체크한다.
겉옷을 뒤집어 입겠단다. 이유는 없다. 그냥이다.
어린이집 등원길에 그렇게 입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방의 불을 끄고 하는 광선검 대결.
저하는 슈퍼파워 미니특공대의 알 수 없는 광선을 입으로 쏜다.
나는 막을 방법이 없이 쓰러져야 한다.
기세등등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저하의 기세를 제압하는 몇 분이 있다.
어린이집과 체육놀이 학원의 선생님이시다.
집에서는 끝까지 버티는 낮잠을 어린이집에서는 제일 먼저 자청하여 잠드는 모범생이라고 한다.
체육놀이 학원에선 상상할 수 없는 고난도의 '극기훈련(?)'을 묵묵히 감내해 낸다.
작은 꽃이 언제 다른 꽃이 크다고 다투어 피겠습니까
새들이 언제 허공에 길 있다고 발자국 남기겠습니까
바람이 언제 정처 없다고 머물겠습니까
강물이 언제 바쁘다고 거슬러 오르겠습니까
벼들이 언제 익었다고 고개 숙이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해 지는 줄 모르고 팽이를 돌리고 있습니다
햇살이 아이들 어깨에 머물러 있습니다
무진장 좋은 날입니다
- 천양희, 「좋은 날」-
좋아서 힘든, 힘들어서(힘들어도?) 좋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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