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꽃샘추위가 만만찮다. 바람도 바늘 끝으로 찌르며 달려든다.
그래도 봄은 이미 왔거나 올 것은 분명하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건 지구가 생긴 이래 그냥 반복되는 자연의 순리인데 우리는 거기에 어떤 의미, 상징, 소망 같은 걸 담곤 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춘래불사춘'이나 어둠, 새벽, 신새벽, 첫새벽, 동트는 새벽, 여명, 아침, 새날 따위도 마찬가지다.
시절이 수상할수록 비유는 더 심해지고 자주 반복된다.
유신 독재 시대가 그랬고 '땡전뉴스 시절'이 그랬다.
고색창연하게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다시 외쳐야 하는 지금의 세상이 그렇다.
아무래도 4월 총선으로 '메말라 목마르고 속절없이 아픈' 세상이 바뀌어야 봄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불지옥의 여름을 맞거나.
꽃샘 바람 며칠 불고
나는 메말라 목이 마른다
이 며칠은 속절없이 아프다
그래도 이 한 몸
세상의 바람에 실린 것은
행운이었다!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는 것을
언제나 뒤늦게야 깨닫는다
봄 미처 오기 전에
이 며칠은 또 속절없이 앓게 될 것이다
철 이른 황사 바람이
코끝에 차고 맵다
눈물 어린 풍경을 건너
봄은 어딘가에 와 있을 것이다
- 엄원태, 「꽃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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