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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후회는 반성이 아니다

by 장돌뱅이. 2024. 3. 12.

빈센트 반 고흐, <Sorrowing Old Man (At Eternity's Gate)>, 1890

고흐가 죽기 얼마 전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그림 속 고통으로 흐느끼는 남루한 차림의 노인은 아마 고흐 자신이리라.
그 무렵 그는 평생 동안 유일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썼다.
 “일이 전혀 풀리질 않는구나. 내가 얼마나 많은 슬픔과 불행을 더 겪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아픈 동안에도 기억을 더듬어 작은 그림을 몇 점 그렸다.”

고흐의 글과 그림은 지금의 무능·무도한 정권이 들어선 이래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겪은 하루하루와 닮아 있다. 배터리는 나가고 갈아 끼울 기력도 없어진 시간 아닌가.

가지 말라는
길을 갔다


만나지 않으면 좋았을
사람들을 만나고

해선 안 될
일들만 했다

그리고 기계가 멈추었다

가고 싶은 길은 막혔고
하고 싶은 일은 잊었고

배터리가 나갔는데
갈아끼울 기력도 없다

-최영미, 「청개구리의 후회」-

주위에 2년 전 저들을 선택한 자신을 후회하는 '청개구리'들이 있다.
'나라를 다 팔아먹어도' 저들을 찍겠다는 무지와 무분별의 아집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한 반성이 동반되지 않는 한 그것은 결국 제자리를 맴도는 자기 위로일 뿐이다.
진정한 반성은  단호한 결단으로 구태의연을 끊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행동에 있다.
그것을 드러낼 시기는 선거이고 방법은 투표밖에 없다.
오래 전 함석헌 선생님이 말했다.
"생각하는 국민이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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