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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축구선수반 손자저하

by 장돌뱅이. 2024. 3. 14.

원래 손자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요즈음 올리는 글에는 특히 저하들 관련 내용이 많다.
돈 주고도 한다는 게 손자 자랑인데다 요즈음은 매일 함께 생활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저녁에 1호저하를 따라 선수반 축구 연습장에 갔다.
선수반을 강조한 것은 작년 후반기 이후 축구저하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자부심의 근거는 테스트라는 공정 경쟁을 통해 선발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딸아이가 전해주는 말에 따르면 같은 선수반의 어떤 아이는 매일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등교하겠다고 떼를 써서 아침마다 부모와 실랑이를 벌인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에게  선수반이라는 차별된 신분(?)을 뽐내고 싶은 어린 욕망이 빚어낸 해프닝이겠다.

조명을 밝힌 넓은 인조잔디 구장에는 100여 명쯤이 아이들이 팀 별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코치의 지시에 따라 그룹별로 시합을 하거나 개인기와 패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팀들이 전국적으로 수천 개가 있을 터이니 프로선수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골을 넣고 난 뒤에 뜻밖에 '산책 세리모니'를 한다던가 심판이 파울을 불었을 때 팔을 좌우로 벌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포즈를 취하는 식으로 텔레비전에서 보는 프로선수 흉내를 내서 지켜보던 부모들의 웃음이 터졌다.

선수반 중에는 미래에 진짜 선수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의 강력한 기대를 받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타고난 재능에  정기훈련 이외에 별도의 개별지도를 받아서인지 한눈에도 공을 다루는 재간이 남달라 보였다. 

저하는 아마 1년 정도쯤 지나면 '슛돌이 이강인'의 대열에서 나와 취미반으로 옮길 예정이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나 밤 10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훈련이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11시가 넘게 되어 저하는 물론 동행하는 부모까지 너무 힘들다.
거기에 한달에 한두 번 먼 지방까지 가서 치러야 하는 주말대회도 만만찮다. 

저하는 아직 부모의 마음을 모른다. 연습이 끝난 뒤에도 혼자서 운동장을 뛰어다닐 정도로 열정과 체력이 왕성한 저하를 납득시켜야 하는 것이 부모의 고민이다. 다행히 요즈음 저하는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아지면서 축구선수라는 장래의 희망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긴 하다.

한국에서 운동선수로 키우는 비용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층격적이었다. 일본과 비교 부분에서는 더욱 그랬다.

*한국일보 : 2023. 11. 15일 자 

 

아들이 고교 야구 한다면…"한국 월 200만원, 일본은 5만원"

편집자주 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K스포츠가 위기에 섰습니다. 프로 리그가

v.daum.net

이 기사를 읽으며 오래전  중학생 운동선수를 둔 직장 동료가 술자리에서 고백한 말이 생각났다.
"대한민국에서 월급쟁이들은 자식 운동선수 시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코치 비용에 원정 경기 비용 따위로  자식 뒷바라지에 허덕이고 있었다.

어디 운동선수뿐이랴. 무엇으로도 부모 노릇은 힘든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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