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경칩.
대동강 물이 풀리고 개구리도 눈을 뜬다는······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어서 산책길 호수에 얼음은 이미 흔적도 없다.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고향 가차운 주막에 들려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구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잿내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즉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간다.
예 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듸듸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오장환, 「고향 앞에서」-
녹지 않은 얼음장이 강물에 울멍울멍 떠내려가는 풍경은 지금의 우리에겐 생소하다.
오장환이 살았던 일제 강점기와 해방 시기에는 있었나 보다.
'울멍울멍'은 어떻게 떠내려가는 것일까?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울멍울멍 울멍울멍" 읊조려본다.
재미있어 아무데나 붙여본다.
'울멍울멍' 봄이 왔다.
아내와 함께 단골식당에 도다리쑥국을 먹으러 '울멍울멍'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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