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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3

성북동을 걷다 서울에 걷기에 좋은 곳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동대문에서 낙산을 거쳐 성북동에 이르는 길이나 복개된 성북천 일대의 성북동은 아내와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아내와 나는 마치 우리만 아는 비밀의 장소인양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족과 지인, 친구들에게 권하고 함께 걸었다. 이용의 노래 덕에 뭔가 좋은 일이 생길 듯한 10월의 마지막 날. 코로나 와중에 비대면 온라인강좌를 들으며 알게된 영상 독서토론 모임인 "동네북" 회원 여덟 분과 마침 그 길을 걷게 되었다. 지난봄 서촌에 이어 "동네북"의 두 번째 당일기행이다. 좋아하는 곳이다보니 블로그에 지난 글이 꽤 여러 개 있다. 새삼 덧붙일 것이 더 없어 "동네북"이 걸은 순서를 따라 지난 글을 링크한다. (이번 기행에 가보지 않은 곳도 있지만 이 기회에 정리해 본.. 2023. 11. 3.
성북동 걷기 석 달 만에 지하철을 탔다. 그동안 여행은커녕 외출조차 최소한으로 자제하며 지냈고 꼭 멀리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직접 운전을 해야 했다. 다시 말하기도 지겹지만, 최근에 겪은 모든 비정상적인 상황은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다. 덕분에 손자친구를 자주 볼 수 있던 것은 즐거웠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는 점에서 둘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야니님과 아니카님을 만나서 낙산성곽길을 걸었다. 길은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어서 편안했고 투명한 공기는 언덕을 오를수록 우리의 시야를 먼 곳까지 틔워주었다. "노동처럼 유익하고 예술처럼 고상하고 신앙처럼 아름다운" 산행을 꿈꾼다는 산악인이 있었던가. 이 수식어를 걷기에 가져와도 어색할 리 없겠다. 더군다나 화사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속을 '유익하.. 2020. 5. 15.
지난 국토여행기 2 - 서울 성북동과 성북동 사람들1 성북동(城北洞)은 서울 도성의 북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한때는 일제 강점기나 해방 이후에 지어진 ‘개화된’ 조선집들이 밀집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개발에 떠밀리며 위축되고 사라져 큰길 뒤쪽 후미진 골목길에 들어서야만 그 흔적과 마주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서울의 어느 다른 곳과 차별성이 없는 그런 외양을 지닌 골목길 속엔 이 땅의 위대한 선각자들이 남긴 이야기가 풍성하다. 성북동을 여행해야 할 이유이다. 지하철 4호선의 한성대역 6번 출구를 나와 아내와 함께 그 사연의 현장을 돌아보았다. 비록 그들과 일체가 된 삶을 영위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들의 체취가 배인 장소를 서성이며 그들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최순우 (崔淳雨 1916-1984)는 본명이 희순.. 2012.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