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ONION3 미안한 하루 아내가 병원에 가는 길에 동행을 했다.다행히 큰 이상(異常)은 없다고 의사는 말했다.하지만 작은 이상도 이상이고 이유를 알지 못하는 증세도 이상이다. 모든 게 늙어서 생기는 거라고 , 늙어서 생기는 모든 비정상은 정상이라고 남에게 농담처럼 건네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도 다짐해보지만 내공이 깊은 도사가 아닌 다음에야 쉽게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지는 않는 법이다.병원은 온갖 부위가 아픈 온갖 사람들로 만원이었다.힘든 예약을 통과해도 진찰은 대기, 검사도 대기, 심지어 병원비 내는 것도 번호표를 뽑아 기다려서 내야 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병원 내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나는 그냥 마냥 하냥 미안했다.미안하오새벽 세 시 십사 분에 미안하오 웃게 하다 울게 하고 너무 많은 일을 같이해 하는 일마다 생각나게 해.. 2024. 6. 8. 청명, 좋은 시절 어제는 청명(淸明)이었다. 춘분과 곡우 사이에 있는 청명엔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논밭에 가래질을 하고 못자리판을 준비한다고 한다. 아내와 서울숲을 걸었다. 벚꽃과 목련은 한창이었고 다른 꽃들도 피어나고 있었다. 날이 흐렸지만 푸근해서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은 부드러웠다. 청명 좋은 시절 비는 흩뿌려 길 나선 나그네의 애를 끊누나 묻노니 주막은 어디쯤인가 목동은 손을 들어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켜주네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 (路上行人欲斷魂 노상행인욕단혼) (借問酒家何處有 차문주가하처유) (牧童搖指杏花村 목동요지행화촌) - 두목(杜牧), 「청명」- 에 "이도령의 년광(年光)은 이팔(二八)이요 풍채(風采)는 두목지(杜牧之)"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에 나온 두목지는 바로 위 시를 쓴 당나라 시인 두목이.. 2024. 4. 5. 잘 먹고 잘 살자 43 - 성수동 카페 "ONION" 성수동은 이런저런 작은 공장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최근 홍대나 연남동, 혹은 건대입구역 먹자골목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비싼 임대료에 밀린 상권이 대체 지역을 모색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영향 때문인지 새로운 상점과 카페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카페 ONION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70년대에 지어진 공장을 개조한 곳이라고 한다. 가능한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놓아서 허술해 보이면서도 널찍하고 편안하고 아기자기해 보였다.카페 ONION 건축에 대해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우리는 공간을 탐색하던 중, 과거의 구조 속에서 새것이 줄 수 없는 가치를 발견했다. 바닥에 묻은 페인트 자국, 덧대어진 벽돌 하나하나가 세월을 기억하는 훌륭한 소재였다. 우리.. 2016. 11.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