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청명(淸明)이었다. 춘분과 곡우 사이에 있는 청명엔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논밭에 가래질을 하고 못자리판을 준비한다고 한다.
아내와 서울숲을 걸었다. 벚꽃과 목련은 한창이었고 다른 꽃들도 피어나고 있었다.
날이 흐렸지만 푸근해서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은 부드러웠다.
청명 좋은 시절 비는 흩뿌려
길 나선 나그네의 애를 끊누나
묻노니 주막은 어디쯤인가
목동은 손을 들어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켜주네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
(路上行人欲斷魂 노상행인욕단혼)
(借問酒家何處有 차문주가하처유)
(牧童搖指杏花村 목동요지행화촌)
- 두목(杜牧), 「청명」-
<열녀춘향수절가>에 "이도령의 년광(年光)은 이팔(二八)이요 풍채(風采)는 두목지(杜牧之)"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에 나온 두목지는 바로 위 시를 쓴 당나라 시인 두목이다.
춘향가에 나올 정도로 두목은 전설적인 꽃미남의 대명사였다. 술에 취해 마차를 타고 거리를 지날 때면 기생들이 귤을 던져 마차가 수북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 고사를 '귤만거(橘滿車)'라고 한다.
꽃그늘이 짙어가는 청명, 예전 같으면 '묻노니 주막'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시나브로 술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도 나이 탓인가 보다.
대신 아내와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한다.
정확하게는커피보다 아내와 함께 커피를 나누는 한가함을 더 좋아한다.
'살구꽃 핀' 서울숲을 나와 성수역 근처 카페 ONION을 찾았다.
이젠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는지 일본과 중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이전 글:
커피를 마시며 이제 막 핸드폰을 가진 손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머니랑 카페에 와 있어."
친구의 대답은 늘 짧다.
"네."
"얼굴 볼 날이 가까워졌네"
"네."
"이런! 대답이 네 뿐이네^^."
"넹.^^"
총선을 앞두고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선택을 위해 정치적이 되는 시간이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개개인의 모든 삶을 일거에 해결할 수 없고, 그런 기대를 걸어서도 안 되지만 정치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약간만 바꾸어도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여, 부디 평온한 일상을 지켜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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