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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저녁 노을

by 장돌뱅이. 2024. 4. 4.

저녁 산책 길에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다.
걷던 길을 멈추고 서서 보았다.
다시 걷다가 또 멈췄다.

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
다른 데는 말고 꼭 저기 폐염전 옆구리에 걸치는
노을 만 평 갖고 싶다

그러고는 친구를 부르리
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날을 만한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
노을 만 평 사다가
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

- 신용목, 「노을 만 평」-

장엄한 노을 앞에 서니 내가 바라는 많은 것들이 작아 보인다.
누가 그랬다. 소망은 수천수만 가지일 수 있지만 희망은 하나뿐이라고.
희망은 언제나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내 숨을 통째 담보 잡혀서라도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은 마음'과 같은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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