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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한일전은 '대파'가 맛!

by 장돌뱅이. 2024. 4. 6.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FC서울 팬이다.
올해 잉글랜드 대표와 맨유 출신의 린가드 선수까지 가세하여 리그 우승은 물론 ACL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시즌 초 스타트는 시원찮았지만 요즈음은 다행히 조금 반등하는 추세다.

국가대표팀에도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특히 일본과 붙으면 순도 100%의 소위 '국뽕'이 된다.
학창 시절 축구를 같이 한 친구가 말했다.
"3 : 0쯤 되면 게임을 계속 보기가 시시해지는데 일본하고는 차이가 크게 벌어질수록 재미있어." 
그때 같이 있던 우리 모두 한일전은 '대파(大破)가 맛'이라는데 동의를 했다.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서 시민들이 욱일기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공공장소에서의 욱일기 전시 제한을 폐지하는 조례를 발의했다.
논란이 거세자 하루 만에 이를 자진 철회했다. 아래 영상은 철회하기 전 이 소식을 전한 MBC뉴스이다.

자칫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한일전이라도 열리면  우리 민족을 죽음으로 몰아넣던  일본제국주의 상징이 휘날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걸 우리가 스스로 앞장 서서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국힘 의원들은 조례 제안 이유에서 “이미 시민들에게 반제국주의 의식이 충분히 함양돼 있고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에 대한 공공 사용 제한을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미 세계 시민들에게 반 나치 의식이 충분히 함양돼 있으므로 그 상징물인 하켄크로이츠에 대해서도 공공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나치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의 히틀러 정권에 의해 학살된 유대인들의 수가 얼마나 될까. 유대인들이 주장하기로는 3백만이라고도 하고 4백만이라고도 한다. 또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영화 자막에서는 6백만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럼, 일본의 식민치하 36년 동안 일제의 총칼에 학살당하고 죽어간 우리 동포들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3백만일까? 4백만일까? 아니면 6백만일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 어림숫자마저도 공개되어 있지 않고, 공식화되어 있지 않다. 나는 그 어림숫자를 3백만에서 4백만으로 잡고 있다.

- 조정래,
『아리랑』4권 작가의 말 중에서 -

도대체 이런 일을 당하고도 사과 한번 받지 못한 나라의 시의원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앞선 글「우리가 홍범도다!」에서  이렇게 썼다.

왜 그럴까? 그렇게 해서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또 이익을 얻는 세력은 누구일까?

독재자 이승만 띄우기와 이토 히로부미 찬양, 독도의 분쟁지역화 또는 지도에서 제거,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의 외신 인터뷰, 강제징용 피해자의 우리 기업 대납,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옹호, 일본군 '성노예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자발적 매춘부'라는 주장, 일제강점기의 범죄 사실을 그대로 묻어두자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강조, '일본 미래세대가 계속 사죄할 필요 없다'는 일본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일본이 과거를 사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젊은 세대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측 인사의 발언, 동족인 북한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공조(작년 한 해만 한미일 군사훈련이 10차례라고 하던가?)와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

몇 해전엔 우리나라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참석한 국힘 의원까지 있지 않았던가? 이런 일련의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그저 돌발적이고 개별적인 우연일까?
선거가 코앞이라 그들이 서둘러 물러서는 제스처를 썼지만 한번 '노이지 마케팅'으로 간을 보고 선거가 지나면 자신들의 숫자를 믿고 또다시 슬그머니 그 안을 꺼내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이번 선거는 한일전이다. 우리 사회 내부의 역사를 왜곡하는 친일세력과 벌이는 한판 승부다. 
축구가 아니더라도 모든 한일전은 '대파'일수록 재미있다.
 '대파'가 전술이고 전략이다.
'The more 몰빵, The better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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